강만수 장관, '설화도 전략?'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5.06 10:03

[말랑한 경제-카스테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화법은 거침없다. 때로는 속내가 지나치게 드러나는 '말'(言)로 여론의 포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그러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경제정책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이런 화법이 꽤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강 장관은 취임 초부터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음은 물론이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야 한다는 소신에도 숨김이 없었다. "환율이 1000원 전후로 올라가면서 계속 악화되던 여행수지의 추세를 바꿔놨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언급했다. "재무당국 장관의 발언으로는 지나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달 16일에는 일부 은행권을 겨냥, 중소기업을 상대로 투기적 환헤지를 권한다며 "투기세력보다 더 나쁜 'S기 세력'"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S기 세력'은 '사기세력'으로 해석되며 '막말' 논란과 함께 은행권의 원성을 샀다.

이렇게 여론의 비판을 한몸에 받았지만 실제 경제정책이 돼 가는 모습을 보면 강 장관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강 장관이 줄곧 주장해왔던 금리인하에 대해선 한국은행마저 필요성을 공감하는 상태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내비쳤고 한은 내부에서도 경기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금리인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치솟은 터여서 오는 8일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하될 지는 미지수지만 조만간 금리인하는 단행될 것은 확실시된다.


환율도 강 장관이 바라던 대로 네자리수에 올라섰다.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은 4일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1009.6원에 마감했다. 강 장관이 'S기 세력' 운운한 결과 통화옵션의 위험이 만천하에 폭로되면서 투기적 환헤지 수요도 거의 사라졌다.

강 장관이 제기한 '메가뱅크'나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이슈도 물 건너 간 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다.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지난달 30일 "산업은행 민영화는 메가뱅크와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고 동시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예산 편성의 경우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달 29일 "추경 편성을 통해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잉여예산을 제대로 쓸 경우 경기회복을 위한 이른바 마중물이 될 수 있지 않겠냐"고 한 것에 비춰 청와대와도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추경예산 편성도 결국은 성사될 것"이라며 "추경예산의 대상 사업이 구체화되면 이해관계자들이 생기기 때문에 국회에서 거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지난달 30일 재정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앞으로 제가 얘기한대로 정책들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정 불협화음, 은행권의 반발 등을 불러왔던 '강 장관 스타일'이 결국엔 정책 관철로 '실용적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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