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다매형 구멍가게'...국내 IB 현주소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08.05.06 08:01

[자본시장을 숨쉬게 하자]<제1부>②숨통 조이는 역차별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대한통운, 극동건설 등 대형 매물이 쏟아졌음에도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인수·합병(M&A) 주선 실적은 초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 중 1위였던 우리투자증권의 실적도 상위 5개사의 30~80% 정도에 불과했다.

블룸버그 등이 집계한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M&A 실적을 보면 씨티그룹은 6건, 156억달러의 M&A 딜을 맡았다. 2위는 UBS로 134억 달러(7건)이었다.

 3~5위도 HSBC, 골드만삭스, 크레딧스위스(CS)증권으로 모두 외국계 회사였다. 이들은 62억~86억 달러의 M&A 거래를 주선했다. 또 상위 5개사는 10건에 밑도는 거래로 수십억에서 수백억 달러의 실적을 올려 메가 딜에 강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는 '박리다매형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은 11건이나 M&A 거래에 참여했지만 거래총액은 51억달러에 그쳤다. 투자은행과 비교할 때 M&A 주선 업무에서의 역할에서 차이가 있는 KPMG, PwC삼일은 20여건의 거래를 통해 54억~62억 달러의 실적을 거뒀다.


증권업계는 "외국계 투자은행이 M&A를 주도하고 국내 증권사는 보조역할만을 맡아 거래 건수와 금액에서 모두 뒤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공기업 민영화 등이 예정돼 있는데 초기에 국내 IB들이 인수 컨소시엄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자통법으로 인해 국내 대형사는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등에서 중소형사와 경쟁하고, M&A 등 투자은행 업무에서 자본력과 네트워크 등에서 앞선 외국계 회사에 치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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