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2008 오마하 '7대 화두'

오마하(미 네브래스카주)김준형 특파원 | 2008.05.05 14:55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현인'의 투자원칙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 벤자민
무어가 주주 이벤트로 제작한
버핏 초상화 [오마하=김준형 특파원]
해마다 5월 첫째 주말이 되면 미 중부 소도시 오마하에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올해도 3만1000명의 사상 최대 주주들이 몰려 '오마하의 현인'으로 통하는 워런 버핏 회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무려 6시간 넘게 진행되는 주주들과의 대화에는 버핏이 70년 넘게 겪어온 투자와 인생 역정이 올곳이 담겨 있다.

해마다 내용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일관된다. 주주들로 하여금 매년, 심지어 10년 넘게 오마하를 찾게 만드는 버핏의 화두는 뭘까.
올해 주총에서 직접 들어본 주주와의 대화를 통해 버핏의 목소리에 담긴 투자 원칙을 간추려 봤다.

1. '에버 러닝 머신(Ever Learning Machine)'이 돼라

버핏의 오랜 친구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인 찰스 멍거는 버핏을 '에버 러닝 머신(Ever Learning Machine)'이라고 불렀다. 어렸을 적부터 몸에 밴 학습 습관 덕에 그는 지금도 시장과 세상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올해 주총에서도 그는 12세 소년에게 신문을 읽으라고 조언했다. 처음엔 싫어도 더 많이 읽으면 더 많이 배우게 되고 자신이 진정으로 흥미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수 있다고 했다. 한 교사에게도 "젊었을 때 좋은 습관을 들이는게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2. 빚지지 마라

버핏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성공비결을 뭇는 어린 소녀에게 '빚지지 말라'는 말을 들려줬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갖고 있는 자산의 500%를 투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의 돈을 끌어들여서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충격 역시 과도한 빚으로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번 주총에서 여러차례 지적했다.

3. 대 위기는 큰 기회다

버핏은 최근 검 제조업체 리글리 인수에 뛰어들었다. 투자기업을 물색하기 위해 최근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데 이어 이번 주총에서는 로열 뱅크오브 스코틀랜드(RBS) 주식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핏은 주주대화에서 "1998년 '롱텀 캐피털' 위기에서 보듯 큰 기회는 대대적인 위기때 나타난다. 이때가 많은 돈을 벌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물론 앉아서 돈이 벌리는 것은 아니다. 버핏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끈질기게 파고들어야 큰 기회를 잡을수 있다"고 조언한다.


↑ 주주총회를 찾은 주주들과 브릿지 게임을 즐기고 있는 워런 버핏[오마하=김준형 특파원]

4. 5분내에 판단 못하면 5개월뒤에도 못한다

대부분의 성공한 투자자들이 그렇지만, 버핏은 77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을 내린다. "5분내에 결정을 내릴수 없다면, 5개월 뒤에도 결정을 내릴수 없다"는 그의 말은 투자뿐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순간에 적용될 수 있는 지적이다.
멍거 부회장도 "큰 기회는 1주일에 한번 시냇물에서 작살로 잡을 수 있는 큰 물고기가 지나가는 것처럼 드물고도 짧다"며 순간적인 결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5. 확신이 올 땐 내질러라

많은 사람들이 '분산투자'를 최고의 투자원칙으로 생각하지만, 자칫하다간 원칙없는 '쪼개기'가 되기 십상이다. 버핏은 이번 주총에서도 "특별한 기회가 보이면 재산의 75%를 투자하는게 맞다"며 과감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스로도 75%를 한곳에 투자하고 싶은 강한 확신을 가졌던 때가 있다"고 소개했다.
멍거 부회장은 나아가 "분산투자는 프로가 아닌 아무것도 모르는(Know-nothing) 투자자에 해당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버핏은 "아무것도 모른다는걸 알면 그나마 기회는 있다"고 거들었다.

6. 작은 곳에 큰 기회 있다

버핏은 작은 섬유회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 미국에서 주식값이 제일 비싼 투자회사로 키웠다. 최근 20년간 수익률은 4700%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버크셔의 자회사인 이스카를 통해 투자한 한국의 대구텍이라는 조그만 회사를 방문,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그는 이번 주총에서도 "작은 돈으로 할수 있는 기회는 수천가지가 있으며 대개 작은 주식들에 더 큰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당시는 작은 시장이었던) 한국에서 몇 년전 매우 좋은 투자기회를 발견했음에도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했던 점을 아쉬워했다.

7. 아는 것만 하라

이번 주주와의 대화를 포함, 버핏이 사람들에게 투자와 사업원칙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아는 것을 한다"와 "그건 우리 분야가 아니다"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76개 자회사들이 보험 가구 아이스크림 페인트 기계 언론 등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기업들인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버핏은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남의 이야기를 듣지 말고 자신이 아는곳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유능한 투자 전문가가 아니라면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게 맞다"는게 버핏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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