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오래 살아줘야 하는데…"

오마하(미 네브래스카주)김준형 특파원 | 2008.05.03 14:24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전야제-주주들 "1Q실적? 걱정도 안해"

"버핏의 나이하고 건강이 제일 걱정이야..."
"1분기 실적이 나쁘다고? 이유가 있었겠지 뭐"

2일(현지시간) 워런 버핏(77)의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칵테일 파티가 열린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보석 쇼핑센터 '보셰임'.
버크셔의 자회사인 보셰임은 보석매장만 5800㎡규모에 10만점의 보석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세계최대의 단일 매장이다. 음식점 편의시설 의류 액세서리 매장 등을 포함, 대형 쇼핑몰을 이루고 있다.

◇ 자회사 보셰임 주최 칵테일 파티..1년 매출 20% 하루에..

전통적으로 버크셔 해서웨이는 주총 전날 이곳에서 주주들에게 칵테일과 뷔페 저녁을 대접하는 '전야제'를 연다. 올해 전야제에도 3만명 이상이 몰렸다는게 회사측의 추산이다.

주주들만이 입장이 허용되는 '주주를 위한 날'이지만, 3만명의 '부자'들이 몰려드는 이날은 보셰임 입장에서는 1년 최대의 대목이다. 주주들에게는 특별히 값을 깎아주기 때문에 버크셔 주주들은 '기념삼아' 보석 쇼핑에 나선다. 보셰임의 마케팅 담당 조니 로빈슨씨는
"전야제 하루동안의 매출이 어느정도인지는 공개할수 없다"면서도 1년 매출의 20%는 되느냐는 질문에 "크게 틀리지는 않다"고 답했다.

보셰임 제품 뿐 아니라 버크셔 해서웨이 티셔츠, 버핏이 그려진 카드게임, 퍼즐 등 갖가지 '캐릭터상품'들이 이날 전야제에서 날개돋친듯 팔려나갔다.

오후 6시 전야제가 열리기 직전, 파생상품 투자손실 등으로 인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1분기 순이익이 무려 64%나 줄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주주들의 표정에서는 전혀 그늘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 전날인 2일 계열 보석 판매회사'보셰임'에서 열린 전야제에서 주주들이 보석을 고르고 있다.[오마하=김준형 특파원]

◇ 주주들 버핏 건강·후계자 걱정..분기 실적엔 초연

현직에서 은퇴해 플로리다에서 산다는 주주 데이먼 머서씨(73)는 기자가 버크셔의 1분기 실적을 알려주자 "그랬어? (내일 주총에서)버핏이 이유를 설명하겠지, 당장 팔 것도 아닌데 (1분기 실적이) 뭘 그리 중요해. 여기 있는 사람들 어느 누구도 걱정하지 않을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몇년전인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B주를 사서 보유하고 있다는 그는 "문제는 버핏의 나이와 건강"이라며 "버핏이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게 되면 아마도 그때가 주식을 팔 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주식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매입후 지금까지 300%정도 수익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세 자녀중 스키리조트에 근무하는 아들과 교육컨설팅회사에 다니는 딸 역시 자기가 권해 버크셔 B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핏이 3일 주총에서 자신의 후계자를 공개할지도 관심사이지만 주주들은 버핏 없는 버크셔를 떠올리기 싫어했다. 금융분야에서 일한다는 존 워커씨(42)는 "버핏이 떠난 이후에도 후계자가 회사를 잘 이끌어갈지 어느정도 기간은 리스크를 감수하겠지만 불안해지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크셔의 실적에 대해서도 "요즘 파생상품의 가치는 평가 자체가 힘들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딛을 틈도없이 '보셰임'매장에 꽉 들어찬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오마하=김준형 특파원]

◇ 버크셔, 1분기 순익 64%↓..파생상품 위험 노출

한편 이날 발표된 버크셔 해서웨이의 1분기 순이익은 9억4000만달러, A주 1주당 607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 감소했다. 매출도 전년의 4억4200만달러에서 1억1500만달러로 74% 줄었다. 미실현 파생상품 손실도 17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파생상품 투자를 제외하면 주당 순이익은 1247달러에 달하지만 블룸버그가 집계한 3명의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 1430달러에는 못미치는 것이다.
FTN미드웨스트 증권의 애널리스트 찰스 해밀턴은 "버크셔 해서웨이는 중대한 파생상품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버크셔 해서웨이에 대해 '중립'투자의견을 유지했다.

워런 버핏은 올해초 사업보고서에서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보험산업의) 파티는 끝났다(Party is over)'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신용경색과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상반기의 수익 덕에 지난해 전체적으로는 수익을 냈지만 '험난한 시기'가 닥쳐올 것이라는 점을 미리 주주들에게 경고한 셈이다.

분야별로는 보험 수익이 70% 줄었다. 보험사 가이코의 자동차 부문 수익이 37% 감소한 반면 재보험 회사인 제네럴 리는 수익이 30% 급등하는 등 보험부문 사업부문별로 실적이 엇갈렸다.
↑주주들을 위해 음식과 칵테일이 마련되고 밴드들의 공연도 이어진다.[오마하=김준형 특파원]

◇ '파티는 아직 안끝났다'..버핏 "파생상품 장부손실 의미없다"

그러나 실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파티는 끝났다'고 결론짓기는 이르다.
비보험부문 사업부문 수익은 오히려 6.3% 늘어난 8억9400만달러에 달했다.
버핏은 "규정상 손실을 반영했지만, 실제로는 장부상 손실은 보통 의미가 없다"며 "(상품 만기인) 15-20년 뒤에는 수익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급락에도 불구하고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이날 0.22% 떨어진 13만3600달러에 마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지난 12개월간 23%나 상승했다. 지난연말 기준으로 20년간 4700%가 올랐다. 1억3000만원짜리, 혹은 460만원짜리 주식이 데이트레이딩 대상이 될수는 없다. 수년, 수십년간 주식을 보유해온 버크셔 주총에 모여든 주주들에게 1분기 실적과 0.22% 주가하락은 별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다.

↑'보셰임'매장 안쪽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이 길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부자 주주'들이지만 공짜음식을 받기 위해 20-30분에 걸쳐 100미터가 넘는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오마하=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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