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괴담' 여전히 찜찜한 8가지 이유

-미국 동물사료 금지 강화수준, 일본과 EU 대비 미약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해도 수입 중단 못해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소 뼈까지 수입, 선진국은 없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다가오면서 '광우병 괴담'으로 민심이 흉흉하다. 지난달 29일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이 안전성 논란을 제기한게 기폭제가 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각종 광우병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운동으로 비화됐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까지 등장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당황한 정부는 2일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으나 광우병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가라앉지 않는 의혹과 그를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정부의 주장대로 '뿔난' 민심은 "비과학적인 선동"에 불과한 것인가. 문답으로 추려본다.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 강화 수준이 너무 미약하다?
=사실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협상이 마무리된 지 얼마 안돼 내년 4월부터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를 동물 사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뇌와 척수를 제외한 머리뼈, 눈, 척추, 편도, 소장 끝부분 등 나머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동물 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모든 SRM을 제거, 소각토록 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12개월 이상 소의 두개골(뇌ㆍ안구 포함), 척수, 척추, 내장, 편도, 장간막 등을 무조건 폐기토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나라는 수입중단을 할 수 없다?
=이번 협상에서 그렇게 합의했다. 정부는 "광우병에 걸려도 SRM만 제거하면 안전하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정부도 "국민 정서적으로 수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 등은 광우병 발병 사례가 나올 경우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만 30개월 이상된 소의 뼈까지 수입해야 하나

=엄밀히 말하면 세계 96개국이 30개월 이상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한다. 그러나 대부분 수입량이 미미하다. 또 대부분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SRM 규정을 신설한 2005년 2월 이전에 미국과 위생조건을 체결한 국가들이다. 아울러 30개월 이상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국가 대부분이 위생검역이 까다롭지 않은 후진국으로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우리나라에 집중 수출하려는 것 아닌가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의 97%는 20개월령 이내에서 도축되므로 비율로만 따지면 얼마 안된다. 그러나 미국에서 한해 3500만~4000만 마리의 소가 도축되기 때문에 양적으로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이 30개월 이상된 소까지 우리나라에 팔기를 원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국인은 인간 광우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미국인보다 크다?
=유전자 분석으로만 보면 그럴 개연성이 있다. 김용성 한림대 의대 교수가 지난 2005년 인간 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의 프리온 단백질(광우병 유발인자) 유전자형을 조사한 결과 100% MM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김 교수는 연구결과 한국인의 95%가 MM 유전자형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영국(38%), 미국(5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한국인이 인간 광우병에 걸린 적이 없어서 단순 가설에 불과하다는게 정부 논리다.

◇수혈이나 광우병 소를 재료로 쓴 화장품, 생리대를 써도 광우병에 걸리나
=과학적으로도 논란이 크다. 햄스터나 실험용 쥐를 통한 실험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소를 갖고 직접 실험한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왜 우리는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검역절차가 까다롭지 않나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선도적으로 쇠고기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직도 20개월 이하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국제적 기준이라는 OIE 규정을 적용했다고 하는데 '조공협상', '굴욕협상'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인이 먹는 쇠고기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쇠고기가 다르다?
=그렇지는 않다. 미국에서 공급되는 쇠고기와 같은 쇠고기가 수입된다. 정부가 "미국에 200만명의 교포가 살고 있고 수많은 한국인들이 미국 여행을 떠나고 있는데 이들은 안전하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근거도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