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기업어닝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5.02 17:22

올해는 2006년과 같은 횡보..대세는 내년부터

코스피지수가 마지막 남은 이평선인 200일선마저 갭으로 넘어섰다. 1850선에 도달하면서 연고점(1892.50)과 격차가 2% 남짓 남았을 뿐이다.

미국 공개시장회의(FOMC) 결과가 예상대로였고 1분기 성장률(GDP), 개인소비지출,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까지 미증시에 긍정적이었던 영향을 코스피시장도 그대로 받았다.

그러나 이날 장중 움직임만 본다면 침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개장가(1851.64)가 일고점으로 굳어진 뒤 장중 변동폭이 8.5포인트에 불과했다.
뉴욕증시 급등 영향으로 갭업 출발했을 뿐 좁은 범위 내에서 장마감까지 6시간을 지루하게 보냈다는 것은 추세적인 흐름으로는 실망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LG디스플레이 등 시총 상위 종목중 많은 종목이 음봉을 기록했다. 특히 LG전자는 나흘연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뒤 하락마감했다.

외국인이 현·선물 동시 순매수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동시 순매수 이후 주가가 이틀간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외인의 동시 순매수가 반드시 다음날 지수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물 순매수가 1000억원선에 불과했고 지수선물 순매수는 대부분 누적 매도포지션에 대한 환매수였기 때문에 외국인의 방향전환에 대해 낙관할 일은 아니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7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베이시스 종가가 높게 유지되고 최근 1주일간 괴리율이 플러스권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가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은 여전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기댄 지수상승이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제 이날 밤 발표 예정인 미국 4월 고용지표만 무난하면 대세상승의 발판이 마련된다.
이 경우 지난 3월17일 1537부터 한달 반 만에 1850선까지 오른 것이 베어마켓랠리 또는 안도랠리가 아니라 추세상승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증시를 조망하는 큰 틀은 신용경색과 펀더멘털이다. 그러나 미연준리(FRB)가 베어스턴스를 JP모간체이스에 인수시키면서 신용경색 문제는 해결됐다는 것이 시장 판단이다.

따라서 남은 것은 펀더멘털 측면에 대해서다. 미국 경기 하강과 주택 부진 전망이 지배적인 상태지만 미정부가 통화 및 재정정책을 구사하고 있고 금리 인하 행진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지어짐에 따라 주가 상승 기반이 보다 강해졌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거시경제 침체 또는 둔화가 기업이익을 저하시킬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면 다시 2000선을 향한 대세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대두되는 이유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매크로 리세션이 시차를 두고 어닝 리세션을 불러낼 것인지 아니면 현재 정도의 거시경제 둔화는 기업이익 저하와 무관한 것인지 여부가 향후 대세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팀장은 2001년의 경우 거시경제 악화가 곧바로 기업실적에 영향을 끼쳤는데 이번 1분기의 경우 제조업의 이익이 둔화되지 않았던 데 주목하면서, 이머징마켓 내수가 살아있고 노동소득비율이 낮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업을 제외한 제조업의 이익증가세는 구조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밸류에이션이고 밸류에이션의 기초는 기업이익에서 출발한다는 점에 의하면 거시경제 지표가 어떻든간에 어닝의 증가 또는 둔화 여부가 핵심인 셈이다.

김팀장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기자본비용(COE)를 상회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주식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라면서 "다만 올해는 2006년처럼 횡보하는 장세가 될 것이며 하반기 후반이나 내년부터 다시 고점을 경신하는 장세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증시는 연초 대폭락 장을 겪은 뒤 낙폭을 만회하는 중이지만 악화되고 있는 거시경제 지표에도 불구하고 기업이익이 양호할 것으로 단언할 수 있는 증거가 아직 없기 때문에 지수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지수가 1950선까지는 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은 기업어닝이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면서 "1600선 밑에서 매수한 세력이 차익실현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가 먼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1850선에 다다른 현재 지수가 2000선을 넘어 사상최고치를 뚫는 정도가 예상되지 않는다면 종목 대응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IT전자, 금융, 자동차업종이 이미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상회한 상태에서 지수 추가상승 여력이 10% 남짓에 불과하다면 앞으로 종목 대응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작년과 같은 압도적인 주도주 없이 서너가지 업종의 신 주도주들이 순환매를 보이는 현재 상황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신규로 투자하는 것도 그렇고 프로그램 스타일로 종목 바스켓을 설정해 대응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결국 지수가 지난해 11월 기록한 사상최고치(2085)를 넘어 다시 새로운 영역으로 돌입한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공격적인 대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는 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잘 넘기게 되면 앞으로 20∼30%의 주가하락에 대해서 크게 놀라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지난 2003∼2007년에 봤던 것보다 강력한 추세가 나올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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