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신약벤처에 3백억 투자, 왜?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08.05.06 08:25

개량신약 위주 취약점 극복전략… 신약 파이프라인 단숨에 확보

업계에서 투자의 귀재, 혹은 '짠돌이'로 불리는 한미약품이 한 바이오벤처에 3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은 제약업계 빅뉴스다. 특히 투자대상은 지난해 매출액 10억원, 영업손실 34억원, 순손실 31억원을 기록한 바이오벤처 크리스탈지노믹스였다. 단순히 재무적인 수치만 고려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투자였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동아제약, 영남방송, SBS, 동신제약에 투자해 적잖은 수익을 올렸다. 이번 투자는 그 방법부터가 이전과는 다르다. 이전에는 지분을 매입하고 주가가 오르면 매각하는 단순 투자행태였다.

이번은 전략적제휴를 포함한 투자다. 한미약품은 크리스탈이 진행하고 있는 전임상 혹은 임상중인 3개 신약후보물질을 포함, 크리스탈의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후보물질) 전체을 대상으로 아시아 지역 판권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한미약품은 우선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56억원을 크리스탈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 전환사채(CB) 매입방식을 통해 크리스탈에 대한 추가투자에서도 나설 계획이다. 추가 투자규모는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15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한미약품이 크리스탈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주목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제네릭(복제의약품)과 개량신약에 대한 매출을 끌어올리며 성장했다. 1997년까지만 해도 제약업계 10위에 불과 했지만 2위까지 올라섰다. 한미약품은 오리지널 약의 성분을 변경한 개량신약 분야를 개척했다. 하지만, 신약분야에서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의 10%정도(연간 400억~500억원)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신약개발 성과가 없다. 동아제약, 유한양행 등이 비슷한 규모의 제약회사들이 신약개발에 성공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현재 한미약품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과제도 신약개발이 아니라 기반기술(플랫폼)과 관련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플랫폼기술이란 약효의 지속시간을 늘리거나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신약개발 분야는 여전히 한미약품의 아킬레스건 인 셈이다.


이번 크리스탈지노믹스에 대한 투자는 신약개발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바이오기업을 통해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하겠다는 한미의 신약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한미약품은 앞으로 벤처기업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이번 제휴와 관련 “한미약품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신약개발 R&D 역량 강화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신약개발 능력을 갖춘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계약에서 한미약품은 특정 신약 후보물질 직접 라이선싱했을 때 임상 실패로 인한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미약품은 크리스탈의 신약후보물질 중 마음에 드는 것만 선택해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다양한 후보물질 중에서 한미약품의 전략에 맞으면서도 '성공확률이 높아보이는' 것을 택할 수 있는 것이다. 과감하게 투자를 하되 신약개발을 할때 필연적으로 따르는 위험을 줄이는 안전판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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