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美 쇠고기 팔고는 싶은데 …”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 2008.05.02 13:23

반대 여론 거세지면서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볼 뿐"

대형 할인점들이 미국산 쇠고기 딜레마에 빠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신세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업계가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판매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업계는 "정부의 방침이 결정되면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다"는 입장에서 최근 "일단 정부의 방침을 지켜봐야 한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불거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일단 정부의 방침이 먼저"라며 "아직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판매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측도 같은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농림부에서 입법절차를 거쳐 발효를 시켜야 본격적인 수입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볼 뿐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할인점 업계는 정부가 입법과정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완전개방할 경우 그에 맞춰 판매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을 감안해 "정부의 방침이 먼저"라는 말로 어정쩡하게 한 발 물러선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나날이 수입 반대 여론이 커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인점들이 미국산 수입쇠고기 판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수요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할인점들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시작했던 지난해 7월 한달동안 미국산 쇠고기는 할인점별로 전체 쇠고기 판매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업계에서는 준비한 물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 정도였지, 물량이 더 많았다면 판매량이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개시한 직후 시민단체들의 항의 농성과 쇠똥 사건과 같은 홍역을 치렀지만, 작년 7월 한달간 전체 쇠고기 판매 중 31.5%가 미국산 쇠고기였다. 또 8월에도 22.6%를 차지했다.

신세계 이마트도 작년 7월에 전체 쇠고기 판매의 20% 정도가 미국산 쇠고기였고, 홈플러스 역시 작년 7월 1.35톤, 8월 1.45톤, 9월 2.5톤, 10월 1.35톤 등 상당한 물량이 팔려나갔다.

하지만 이후 뼈조각 발견, 검역 중단 등으로 현재 할인점에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거의 판매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저렴하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만큼 할인점 입장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포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광우병 파동으로 여론은 부정적이지만, 반대로 싼 가격으로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며 반기는 소비자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앞두고 대형마트업계는 당분간 판매여부 자체를 놓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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