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미FTA, 준비가 부족하다고?

임종순 기획재정부 FTA국내대책본부장  | 2008.05.08 15:0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된 뒤 7개월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한미FTA 자체에 대한 인식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미FTA에 대한 보완대책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한미FTA 보완대책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그다지 부족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마련된 한미FTA 보완대책은 향후 10년간 농업 분야에 20조4000억원, 수산분야에 72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상되는 생산감소액 10조5000억원의 약 2배에 이르는 규모다.

우선 농민들의 소득 안정을 위해 농가단위 소득안정직불제도를 도입하고 경영이양직불제를 보완할 계획이다. 농가안정 직불제란 전업농의 소득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차액의 80% 정도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경영이양 직불제란 농업구조개선 촉진과 쌀전업농의 경영규모확대를 위해 고령농업인이 쌀농사를 그만 두고자 할 경우 정부가 직접 이양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수산업 분야에서는 취약지역 어업인의 소득을 보전하고 친환경 기자재 사용을 보상하는 '수산보전제도'도 도입된다.

농수산업에 대한 피해보전직불제 및 폐업지원제도의 대상품목 선정방식도 '사전지정' 방식에서 '사후지정' 방식으로 개선했다. 이를 통해 피해와 보상의 연계를 강화하고 피해보전 비율도 높였다. 정부는 또 농어촌이 도시자본을 유치해 지속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농지보전부담금, 투자보조금 제도도 개선했다.

제조·서비스업에 대해서는 피해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돕기위해 무역조정지원법의 지원대상을 넓혔다. 고용안정을 위해 훈련연장급여, 전직장려금, 고용유지지원금 등의 지원도 확대했다.


보완대책은 단순히 개방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농수산업 뿐 아니라 제조·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도 중점을 뒀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놓고 우려가 많지만 정부는 이미 쇠고기 이력추적제를 도입하고 원산지표시 대상 음식점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뒀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한우와 미국산 쇠고기를 손쉽게 구분, 쇠고기를 믿고 먹을 수 있다. 동시에 농수산업 분야에서 유통체계 개선, 품질고급화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제조·서비스업의 경우 대미 수출유망 품목에 대한 해외마케팅을 지원하는 등 품목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제약산업 등 새롭게 글로벌경쟁에 노출된 업종에 대해서는 FTA 관련 컨설팅도 제공된다.

이처럼 정부가 마련한 보완대책에는 오랜 논의과정에서 수렴된 다양한 내용들이 모자람없이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는 여전히 지리한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오랜기간 표류하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미FTA의 비준동의가 1년 늦어질 경우 당초 기대했던 미국시장 선점효과와 외국인투자 확대, 소비자후생 등의 효과가 줄어 무려 15조원의 기회비용이 날아간다는 게 대한상공회의소의 연구결과다.

만약 17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공전돼 그동안 진행됐던 수많은 논쟁과 갈등이 18대 국회에서 되풀이 된다면 그 역시 막대한 국력낭비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경제로 도약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한미FTA를 둘러싼 지리한 논쟁을 마무리하고 선진통상강국으로 갈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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