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풍, 증시까지 강타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 2008.05.09 08:12

[머니위크]코스닥업체 교육사업 진출러시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교육열을 가진 나라다. 취학 전 아동들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채 우리말도 익히지 못한 유아들을 위해 어린이집에서도 영어교육을 한다.

학생들은 방과 후 각종 학원을 찾아다니기 바쁘다.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은 방과 후 학교라도 간다. 부모들은 수입의 대부분을 아이들의 사교육비에 쏟아 붓는다. 교육비를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는 엄마까지 생겨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도 교육정책에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는 공교육을 강화시켜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개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오고 있다.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사교육시장을 들뜨게 했다. '아린지'로 대변되는 영어 몰입식 교육 파동, 자립형 사립고 육성 등은 사교육시장을 더욱 팽창시키고 있다.

◆증시까지 강타하는 교육株 열풍

증시에서도 사교육시장의 위력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온라인교육업체 메가스터디는 시가총액 2조원을 훌쩍 넘는다. 네이버로 유명한 NHN만이 코스닥에서 메가스터디보다 시가총액이 더 많을 뿐이다. 유선전화 2위 업체인 하나로텔레콤이 메가스터디 바로 아래다. 주주 구성도 좋다. 장기투자가 많은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70개 기업 중 외국인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 종목은 NHN과 메가스터디 둘 뿐이다.

또다른 온라인교육업체 크레듀도 시가총액이 5000억원을 오르내린다. 크레듀의 시가총액은 GS홈쇼핑을 앞선다. 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교육업체 대교와 웅진씽크빅은 시가총액이 6000억원을 넘는다. 코스닥에 있었다면 시가총액 순위 17~18위에 해당된다. 싸이월드로 유명한 SK컴즈와 비슷한 규모다.

교육계의 강자들이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다보니 교육업체들의 상장도 붐을 이루고 있다. 정부 정책 영향으로 어느때보다 상장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CDI홀딩스(청담어학원), 한솔교육, 비유와상징, 아발론교육, 사이버MBA, 에듀스파 등이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시간이 걸리는 직접 상장 대신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교육업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현현교육이 한국정보공학 인수를 통해 우회상장했고 에이스일렉(이그잼), 정상제이엘에스(정상어학원) 등도 옆문을 통해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 너도 나도 교육업체로 변신

코스닥에서는 교육업체로 변신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시장에서 인기만 있다하면 확 쏠리는 현상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 2006년 하반기부터 몰아친 자원개발만큼이나 교육이 새로운 유망 테마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업체였던 엔터원은 대일학원 인수 등으로 지난해부터 교육사업에 진출하더니 최근 팍스메듀로 사명을 변경하고 교육업체로 변신을 본격 선언했다. 4월 중순 방과 후 전문교육업체 '교육과세상'을 인수했다.

인터넷전화(VoIP) 관련 솔루션업체 디지탈온넷은 4월 말 뉴욕타임즈 콘텐츠를 활용한 온라인 영어교육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P2P 플라자(P2P Plaza)'와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디지탈온넷은 5월 중순쯤 온라인 영어교육 서비스 사이트를 오픈할 계획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교육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도 생겼다. 글로웍스(옛 벅스인터랙티브)는 지난해 10월 지금의 상호로 변경한 후 다음달인 11월 미국 교육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12월부터 교육사업본부를 출범시키고 온라인음악업체에서 교육업체로 본격 변신을 시작했다. 올 1월에는 미국 대학진학 컨설팅사를 신설했다.

케이앤웨이브는 연초 중국의 공청단과 합작해 현지에 '중청이쉬에앙'이 라는 교육 업체를 새로 설립한다고 밝혔다. 케이앤웨이브는 당시 이 법인을 통해 국공립 명문학교의 현직 교사와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등에 재학 중인 학생을 강사로 채용해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거창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임플란트와 치과기자재업체 바이오칸이 우회상장을 추진 중인 덱트론도 올 1월 편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I.B김영과 주식 15만주(지분율 25%)를 취득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덕분에 새 정부의 교육정책과 맞물려 급등한 바 있다.

◆우후죽순 교육업체, 투자는 선별적으로

가뜩이나 과도한 교육열에 정부의 정책까지 더해지며 교육주들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지만 이에 대한 투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성장산업임은 분명하지만 옥석(玉石)을 가려야 한다는 뜻이다.

연초 중국 교육시장 진출 선언으로 주목받았던 케이앤웨이브는 3월 초 경영진의 100억원대 횡령이 알려지며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대규모 적자에 자본잠식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생긴데다 감사의견까지 '거절'이 나와 퇴출을 눈앞에 뒀다.

연초 1500원대 주가는 3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급작스레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감사의견을 다시 받는 우여곡절 끝에 퇴출을 모면, 일시 급등하기도 했지만 4월 말 현재 주가는 여전히 3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교육시장 진출 선언 무렵 1000원대였던 글로웍스 주가도 300원대다. 글로웍스 주가는 3월 중순 한때 27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온라인음악사이트 '벅스' 매각의 공백을 교육사업이 전혀 메꾸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덱트론은 I.B김영 주식 투자 MOU 이후 주가가 한달간 40% 가량 빠졌다. 이후 바이오칸 우회상장 재료로 겨우 반등에 성공했다.

교육사업에 진출한다고 모든 종목이 메가스터디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자칫하다가는 들고 있는 주식이 휴지가 될 수도 있다.

증시 한 관계자는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실적"이라며 "남들이 한다고 따라하는 기업들은 특히 실적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테마에 편승해 무조건 사업진출부터 공시하는 기업들은 경영진이 '머니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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