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프랑스 부부의 인플레 체험기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8.04.30 15:32

"프랑스에선 바게뜨를 풍족하게 살 수 없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거에요. 프랑스 혁명도 빵 폭동 때문에 일어났잖아요?!"

슬하에 1살, 3살배기 두 아들을 둔 앤로르 르나(30), 가이 딸포(36) 부부는 둘이 합쳐 연소득 4만유로(한화 약 6300만원)에 방 3개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겉보기에 평범한 프랑스 중산층이다.

부엌 한켠에는 보르도 와인이, 냉장고에는 까망베르 치즈가 항상 들어 있는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 일년 동안 이 부부의 삶에는 변화가 생겼다. 까르푸에서 장을 보는 것 조차 부담스러운 일이 돼버린 것. 최근 들어 까르푸에서는 두 아들의 우유와 기저귀만 구입한다. 나머지는 아울렛 매장으로 가서 구입하는데 장을 보는 횟수도 예전에 비해 줄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물가 급등세가 프랑스 중산층 가정의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부인 앤로르의 올해 연봉은 2만2000유로(약3500만원). 전년 대비 인상률은 0.8%이다. 지난 3월까지 일년간 물가상승률 3.2%의 정확히 4분의 1에 그치는 인상률이다. 이 기간 에너지 가격은 20% 폭등했고 식료품 값은 5.6% 급등했다.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남편 딸포의 연봉은 1만8000유로(약 2800만원)로 지난해 연간 보너스는 고작 89유로(월 7.42유로)였다. 그는 새벽 6시30분부터 오후 1시45분까지 근무하는데 파트타임 직업을 고려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의 삶이 어려워진 배경에는 프랑스 특유의 요소들도 복합돼 있다.

주당 35시간 근무 체제인 프랑스는 지난 10년 동안 연간 임금 인상률이 1% 미만이었다. 반면 까르푸 같은 대형 브랜드 매장이 대도시를 잠식하며 이웃 국가인 독일에 비해 물가가 5% 정도 비싸다.

앤로르는 "문맹에 공장 근로자였던 할머니와 비서였던 어머니 보다는 내 삶이 나아지길 기대했다. 직업을 교사로 택한 것도 편하고 안정적인 삶을 꿈꿨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지금 부모님께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아이들 미래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두 아이들을 위해 저금하는 돈이 한달에 고작 30유로"라며 "나 조차 내 부모님들의 삶보다 더 가난할 수 있다면 아이들은 어떻겠는가"고 울먹였다.

남편 딸포는 "프랑스 중산층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 반면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넘쳐나는 돈을 연봉으로 받고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절약하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아낄 부문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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