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각종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성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지역 교원·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사회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이날 오전 대구시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음란물에 노출된 아이들이 학교폭력과 성학대를 집단적으로 행했다"고 밝혔다.
공대위에 따르면 이번 성폭력 사건의 발단은 작년 11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 달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실 내에서 학생들이 성적인 행위를 따라하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조사를 실시하자 이 같은 행위가 학교 운동장, 공터, 놀이터 등 학교 안팎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아냈다.
케이블TV 등 음란물에 노출된 남학생들이 음란물에서 본 구강삽입, 항문삽입 등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물론이고, 5~6학년 상급생들은 하급생에게 강제로 성행위를 시키기까지 했다.
성폭력을 당한 하급생은 다시 다른 아이들에게 똑같은 학대행위를 시키는 등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며 다단계 피라미드처럼 피해는 확산됐다.
해당 학교는 언론 노출을 우려, 대구시교육청, 경찰, 관련 시민단체 등과 자체 해결책을 모색하는 한편, 심리치료와 예방교육 등을 병행해 왔으나 그 사이 성폭력은 근절되지 않았고, 끝내 이 초등학교 여학생 3명이 지난 21일 윤간을 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대구지방경찰청은 같은 학교 남학생과 인근 중학교 남학생 등 가해자 10명을 조사 중이다.
공대위는 아이들의 상담을 토대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수가 1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대구시교육청은 부풀려진 숫자라는 입장이다.
대구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는 3명, 가해자는 10명선이고 성폭행보다 성폭력에 가깝다"며 "상담 과정에서 아이들끼리 성기를 만지고 똥침을 놓는 성추행까지 모두 포함이 돼 숫자가 부풀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성무 전교조대구지부 연대사업국장은 "고발된 건만 13명이고 실제 피해규모는 알려진 100여명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하다"고 반박했다.
임 국장은 "다단계 피라미드에 성폭력이 가미됐다고 보면 된다"며 "한 두번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일어난 것으로 보여 피해 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했다.
파문이 커지자 대구시교육청은 이날 뒤늦게 해당 학교 등을 상대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대위는 교육청과 경찰이 지난 2월에 첫 보고를 받고도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지난 11월에 이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상담, 음란물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했더라면 이렇게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수차례의 보고를 차단한 교육청과 미온적 수사로 일관해 온 경찰은 구체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찰이 아동인권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해당 학교에 대한 전문상담가의 상담과 치료는 물론이고 초등학교 전체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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