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삶 30년…'행복한 노후' 이정표는?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 2008.05.13 08:45

[머니위크 커버스토리]실버재테크

영풍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였던 김기선(64) 씨는 대표이사 임기를 1년 남긴 채 조기퇴직, 20년 전부터 계획했던 택시운전 기사로 변신했다.

발로 조작하는 절수용 주방개수 장치인 ‘발바리’로 유명한 벤처기업 이지밸브의 김예애 대표는 주부 경험을 십분 활용해 73세에 회사를 세우고 '사장님'이 됐다.

공무원 출신의 권영국(68) 씨와 그의 아내 윤이남(63) 씨는 환갑이 넘어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뤘다(이상 본지 연재 '은퇴 후 삶' 보도) .

‘인생의 2막’을 성공적으로 재설계한 사람들이다.

누군들 이들처럼 빛나는 노후를 꿈꾸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이란 삶의 무게에 눌려 준비 없이 냉혹한 은퇴의 벽에 부딪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고령화, 조기퇴직으로 길어진 노후의 삶

할인매장에서 일하는 최희준(44) 팀장. 마흔이 넘어 늦깎이 결혼을 한 덕에 아이가 이제 갓 돌을 넘겼다. 그가 환갑을 맞는다 해도 아이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터였다. "퇴직 이후 많이 걱정되죠. 아이 대학등록금이며 우리 부부는 또 무엇으로 먹고 살지…."

최 팀장은 말끝을 흐린다. 하지만 노후 대책을 위한 재테크는 물론 노후의 삶도 구체적으로 그려보지 못한 형편. 최 팀장은 "빠듯한 월급으로 먹고 살기 바쁜데다 경기가 안좋아 회사 분위기도 나빠 노후는커녕 당장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숨이다.

이는 비단 최 팀장만의 경우가 아니다. "한국의 고령화는 거의 혁명과 같다"는 존 헨드릭스 미국 노인학협회장의 지적처럼 우리 사회는 국가도 개인도 충분히 대비할 시간없이 고령화에 직면했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산업구조의 변화는 평생직장의 개념마저 단숨에 무너뜨렸다.

2006년 통계청의 고령층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균 퇴직연령은 54세. 더욱이 정년 퇴직은 열명 중 한명 꼴인 전체의 12% 밖에 안됐다. 평균 수명인 78.6세까지 산다고 해도 이후 24년을 은퇴 후 보내야 한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의학기술이 발달해 '100세 시대'가 열린다고 하면 20~30년 사회활동 뒤 50년의 은퇴생활을 보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제 은퇴 후 삶은 단순히 은퇴 전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가 아닌 것이다. '인생 2막'을 진취적으로 열 수 있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저명한 심리학자 융은 “우리는 노년에도 분명한 삶의 의미나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복한 노후로 가는 길목엔 새롭게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만일 60세에 정년 퇴직해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모두 17만5200시간. 이중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이 모두 10.5만시간을 차지한다.

7만시간은 자유 시간이다. 이 시간을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다면 인생의 축복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7만시간의 공포'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맞이할 노후의 7만시간을 축복의 시간이 되게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노후 7만시간이 축복이 되려면

전문가들은 즐거운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돈 이외에도 건강과 일, 사람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러브 에이지’란 이름으로 행복 은퇴설계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미래에셋생명은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건강, 일, 돈, 취미, 가족(친구) 등 5가지를 미리미리 준비하자고 은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준비된 노후는 축복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해 골드에이지 플랜 캠페인을 펼쳤던 대한생명은 건강, 시간, 사람, 재정 등의 조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한국갤럽과 함께 조사한 ‘한국인의 은퇴 준비 현황과 의식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30~40대 은퇴잠재자의 60%가 은퇴준비를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은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은퇴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노후 준비를 위해서 경제적 요소는 필수적인 한 요소일 뿐이다. 이보다는 노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하나금융그룹의 보고서를 통해 '은퇴 및 노후 준비자들의 인식과 태도'에 대한 다양한 심층분석을 제시했던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노후 준비는 곧 실버 재테크란 인식이 만연하지만 미래 자신이 희망하는 노후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갖지 못한다면 이는 자칫 ‘어떻게 노년기를 연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대하는 노후 삶의 밑그림을 분명하게 그리고 각기 다른 노후 준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노후자금 계획도 이에 따라 준비돼야 한다. 각 전문기관들이 제시하는 노후 자금 예상을 참고해보는 것도 미래 준비자금을 계획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풍요로운 노후 생활 비용은 10억?

'연간 5594만원'. 삼성생명이 은퇴 후 부부가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연간 예상 경비로 추정한 금액이다.

기본 생활비 연 2722만원에 해외여행과 골프 등 노후생활을 여유롭게 즐기는데 필요한 비용 연 2872만원이 더해진 액수다. 60세에 은퇴한 부부가 20년간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5594만원×20년= 11억1880만원의 노후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해외여행을 국내여행으로 대신하고 골프를 치지 않는 등 기대수준을 조정하면 연간 3504만원이 든다는 계산도 나왔다. 모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금액이다.

노후 생활에 1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지만 식비만 계산해봐도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하루 한끼 비용을 5000원으로 잡으면 하루 1만5000원. 20년이면 1인당 1억950만원이 든다. 부부 2인의 비용은 2억19000만원이나 된다.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면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예상 외의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조기 퇴직이 만연한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은퇴 설계에 따라 노후 준비자금은 각기 달라지겠지만 만만치 않은 목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은퇴 자금 준비는 젊어서부터 서둘러야 한다.

은퇴 대비는 물론 빠를수록 좋다. 은퇴 걱정을 가장 빨리 해소하는 방법은 ‘지금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매월 필요한 예상 비용이 같다고 해도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에 따라 부담 비용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생명에 따르면 은퇴자금 3억원 준비를 목표로 할 경우 은퇴 준비기간이 35년이면 월 38만원(이율 5%, 단리 적용)을 준비하면 되지만 15년 안에 이 금액을 마련하려면 매월 120만원이 넘는 돈을 준비해야 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현재 생활이 빠듯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조금씩 준비하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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