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땐 '침묵', 선거 뒤 "안한다"...속은건가?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8.05.12 11:38

[머니위크 기획]뉴타운 공약 진실게임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후 뉴타운공약을 둘러싼 공방은 진실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화살을 오세훈 서울시장으로 돌리는 듯 하다. 선거기간 국회의원들에게 뉴타운 추가지정을 약속했지만 선거가 끝나자 지금 당장은 뉴타운 추가지정이 어렵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유권자들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밀월관계 같았던 국회의원 후보자들과 오 시장이 서로 껄끄러운 상대가 돼 버렸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으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국회의원 후보자들, 뉴타운 공약 '넣고보자'

동작구을 지역에서 출마해 당선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4월6일 연설에서 오 시장과 만나 약속받았노라고 공언했다. 정 의원은 "사당동ㆍ동작동 뉴타운 문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난 적이 있다"며 "그 자리에서 오 시장은 '(뉴타운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과 함께 확답을 했다"고 주민들에게 밝혔다.

진성호(중랑구을ㆍ한나라당), 정양석(강북구갑ㆍ한나라당), 구상찬(강서구갑ㆍ한나라당) 당선자 등은 선거홍보물에 오 시장과 함께 앉아 있는 사진을 내걸었다. 대부분 '오 시장이 약속했으니 뉴타운은 걱정말라'는 식이었다.

이렇게 뉴타운을 공약에 삽입해 당선된 후보들은 30명에 달한다. 강남구 등 뉴타운 대상이 없는 지역에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지역개발을 약속했다. 서울시 국회의원 수가 48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후보자들이 뉴타운 등 부동산개발을 주민들에게 약속한 셈이다.

후보자들의 공약내용도 '억지 춘향식'이 주류를 이뤘다. 부동산개발에 관한 내용을 어떻게든 공약에 포함시키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웠다. 후보자들의 고민이 진일보하지 못했던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4차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됐던 지역에서는 "법을 바꿔서라도 뉴타운을 해내고야 말겠다"고 억지에 가까운 공약을 내세웠다.

구상찬 강서구갑 당선자는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과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조례'에 현행 60%로 규정된 노후도를 48%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순전히 화곡뉴타운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노후도 완화가 초래할 우후죽순식 부동산개발 광풍의 역효과에 대한 대비책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게다가 노후도 완화의 사회적 경제적 필요성이나 구체적인 완화폭에 대한 분석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국회의원 후보자들 가운데에는 지자체 등에서 현재 이미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자신만의 약속인 것처럼 공약에 넣은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성헌(한나라당) 서대문구갑 당선자는 "북아현뉴타운을 친환경 문화타운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원녹지비율을 확대하고 특성화된 공원을 조성하며 기반시설을 확대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북아현뉴타운을 친환경 문화타운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은 이미 서울시가 올해 2월5일 결정고시한 것이다.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15년 완공할 예정이라는 계획까지 마련됐다. 이성헌 당성자가 공약한 내용은 이미 몇달 전에 서울시에서 결정한 내용이고 앞으로 그 계획대로 추진하는 일만 남은 것이었다.

이범래(한나라당) 구로구갑 당선자는 "온수역세권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개발한다"는 것을 내세웠다. 이같은 내용 역시 선거 이전 구로구에서 발표한 '광역개발 추진 방안'에 포함돼 있었다. 4월16일에는 서울시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온수역 일대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가결했다. 선거와 무관하게 예전부터 지자체에서 순서를 밟아 추진해온 방침이었다.


단지 "뉴타운을 추가 지정해야한다"는 '묻지마'식 공약도 눈에 띈다.

성동구을에서 출마해 당선된 김동성(한나라당) 당선자는 "강남북간 균형발전을 위해 뉴타운을 추가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위에 가까운 수준이다. 김 당선자의 공약에는 성동경찰서 이전, 청계천 하류 개발, 학교 인조잔디운동장 조성 등만 있을 뿐 어디에 어떻게 뉴타운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은 없었다.

◆서울시는 말을 바꿨나

그러나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이 같은 장미빛 공약들은 4월9일 선거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표로 완전히 빛을 잃었다. 서울시는 4월14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을 통해 "부동산가격 이상현상 등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주는 시기에는 뉴타운 지정을 하지 않겠다"며 "이미 지정된 1, 2, 3차 뉴타운 사업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추가지정의 시기와 대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4월21일에는 오세훈 시장이 직접 "소모적인 뉴타운 논쟁은 끝내자"며 "부동산가격이 불안정한 지금은 당분간 뉴타운 선정을 고려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오 시장은 선거 이후 말을 바꾼 것일까. 또 선거가 끝났으니 국회의원 후보자들과 한 약속을 저버린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선거 이전에는 서울시의 입장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4차 뉴타운 지정이 거론된 것은 지난 2006년 말부터였다. 당초 서울시는 4차 뉴타운 지정을 위해 그해 말까지 각 구청으로부터 후보지 접수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2006년 전국의 부동산 가격은 대대적인 이상급등현상을 보였고 정부에서 추가적인 부동산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에서도 4차 뉴타운 지정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서울시는 "먼저 지정한 뉴타운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4차 뉴타운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후 2007년 초 한 신문에서 '서울뉴타운 추가지정 안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뉴타운 추가지정은 부동산시장 영향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기 지정된 시범, 2차, 3차지구의 뉴타운사업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시점에서 부동산시장 추이도 고려하면서 추가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2007년 말에도 "아직까지 뉴타운사업이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3차 뉴타운의 경우에는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 중에 있어 현 단계에서는 4차 뉴타운 지정에 관한 어떠한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며 "2008년도에도 기 지정된 뉴타운사업의 조기 가시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서울시는 2006년 말부터 지금까지 시종일관 같은 입장을 견지해 온 셈이다. 그것은 '부동산시장의 영향과 기존 뉴타운의 추진상황을 봐가면서 4차 뉴타운 추진시기와 대상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선거운동 시기 오 시장이 국회의원 후보자들을 만나 "상황을 봐가며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식의 인사치레성 대답을 줬다면 화근이 됐을 수도 있다. 또 선거 직전 한 경제신문과의 인터뷰 이후 '뉴타운 10곳 이하로 추가 지정'이라는 보도가 나왔을 때에는 이례적으로 해명자료조차 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오 시장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우정출연'한 셈이 됐다.

지난 2년여 동안 서울시가 입장을 바꾼 적이 없었지만 선거운동기간 유권자들은 뉴타운이 새로 추진된다고 믿게 됐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공약 탓이었다. 또 선거운동기간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은 오 시장도 그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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