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5년후면 빈털터리? 20代부터 준비하라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 2008.05.13 08:48

[머니위크 커버스토리]실버재테크

중소기업 회사원인 양태진(38) 과장은 최근 노후 준비는 30대부터 해야 된다는 말에 '은퇴설계 프로그램'을 받아보고 깜짝놀랐다. '뭐, 은퇴 후 5년 뒤에 바로 준비자금이 떨어진다고?'

양 과장과 맞벌이 부부인 그의 아내는 지난해부터 매월 40만원(각 20만원씩) 개인연금 상품에 넣고 있어 내심 남보다 늦지 않게 노후 준비에 들어갔다 생각하고 있었으나 결과는 정 딴판이었다.

하나은행 인터넷 홈페이지(www.hanabank.com)에서 '은퇴설계 계산하기'를 통해 은퇴 예상연령(60세)과 기대수명(본인 75세, 배우자 82세)을 입력하고 현재 가치로 월 20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가정해보니 총 필요자금은 10억2143만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양 과장이 지금부터 은퇴할 때까지 약 23년간을 준비한다치고 개인연금과 국민연금 등을 다 합쳐도 총 준비자금은 6억5786만원(준비율 64.4%) 수준으로 3억357만원이 부족했다. 은퇴생활의 부족자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월 추가적립액이 7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사실 중소기업 회사원인 양 과장의 경우 60세 정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 예상 은퇴연령을 55세로 조정해보니 예측 결과는 예상외로 더 심각했다. 총 필요자금은 무려 13억2642만원이고 예상 준비자금은 4억원 정도에 불과해 9억원이 넘게 부족했다.

그런데 만일 기대 수명이 75세가 아니라 80, 90세가 넘도록 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양 과장은 "조기 퇴직해서 오래도록 살게 될 때 겪을 노후 자금 부족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고 말했다.

방동옥 하나은행 상품개발부 대리는 "요즘 금융권에서는 장생(長生)을 치명적 리스크로 분류한다"며 "은퇴준비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대의 은퇴준비도 빠른 것이 아니다

여유롭고 아름다운 노년의 꿈과 달리 이처럼 현실은 냉정하기만 하다. 노년의 삶이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가는 은퇴설계가 필수다.

성공적인 은퇴설계의 시작은 '제2의 인생' 목표와 의미를 분명히 규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두말할 나위 없이 '재테크'는 그 기본이 돼야 한다. 돈 없이는 행복한 노후도 그려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후자금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이관석 신한은행 PB고객부 팀장은 "노후자금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를 언제까지 준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꾸준하게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현재 상황에 맞는 노후자금 계획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생애 재무설계의 관점에서 은퇴 설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 노후자금 준비는 누구나 꼭 필요한 재무목표이긴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다른 재무목표, 가령 주택이나 자녀 교육비 등을 포기하고 노후자금을 준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령대별 은퇴준비도 달라져야 한다. 인생 주기별로 큰 돈이 필요한 시기가 다른만큼 이러한 부분에 대한 재무설계가 제대로 이뤄져야 은퇴 준비가 일상에서 늘상 후순위로 밀리다가 준비 기회를 놓쳐버리고 마는 과오를 막을 수 있다.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전문가들은 "20대는 노후라는 단어조차 생소하게 느껴지는 시기이지만 제2의 인생을 위한 디딤돌이 되는 단계로서 20대의 재무설계가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한생명은 이러한 연령별로 달라지는 은퇴설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준을 제시했다.

20대는 무엇보다 종잣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순소득의 50~70%를 저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도전해야 한다. 또한 20대에는 재무관심사가 결혼비용과 전세자금 마련에 한정되어 있기 쉬운데 젊은 시기부터 중장기적인 인생계획을 수립하여 종잣돈 마련과 함께 제2의 인생에 대한 준비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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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는 어느 정도 모은 자금을 크게 굴리기 위한 노력과 목돈을 모으기 위한 노력을 계속 병행해 나가야 하는 시기이다.

내집마련, 자녀교육자금 준비에다가 노후자금을 동시에 계속해서 준비해 나가기 위해 주택마련 및 주택관련 대출상환 50%, 노후대비 20%, 자녀학자금 20%, 위험보장을 위해 10% 정도의 비율로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0대는 자녀의 교육비 부담이 큰 시기다. 자녀 교육비용과 노후준비를 동시에 해 나가야 하는 시기로서 두가지 중 우선순위를 정해서 준비해 나가야 한다.
특히 목표하는 노후생활수준을 영위하기 위한 비용의 70%이상은 40대에 준비해야 한다. 50대에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퇴직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50대라면 새 인생으로의 진입을 눈앞에 둔 시기.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기이다.

50대 이후의 자산운용은 안정성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노후자금을 활용한 창업은 제2의 인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모은 돈을 잘 쓰기 위한 체계적 계획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여윳돈은 즉시형 연금보험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 노후엔 부동산보다 유동 자산에 눈길둬라

그렇다면 60세 이후, 은퇴 후 삶에 직면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중 60% 이상이 근로나 사업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재산소득을 통해서는 14%, 예적금으로 8%, 연금 및 퇴직금을 통해서는 15%에 그쳤다. 노령인구의 상당수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계속 일을 한다는 것이다.

조상숙 삼성생명 천안지점 재무설계 컨설턴트는 "최근에는 젊을 때부터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늘었지만 지금 60세 이상인 어머니 세대에는 그렇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설사 제대로 은퇴 준비를 못하고 노후를 맞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실버 재테크에 관심을 두라"고 말했다.

'100세 시대'를 앞둔 근래에는 6070세대도 어찌보면 상대적으로 '젊은세대'라는 것. 조 컨설턴트는 "은퇴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일에서의 은퇴를 조금 더 미루는 한편 생계형저축 등으로 자금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부동산이나 퇴직금 등의 목돈이 있는 경우라면 '즉시 연금' 등으로 전환하여 긴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은퇴 설계 핵심 6계명

1. 희망하는 은퇴 후의 모습을 그려보자

2. 은퇴가 시작되면 한번은 목돈이 필요하다. 충분한 자산 또는 목돈을 준비하라.

3. 생활비는 연금으로 준비하라.

4. 의료비 지출은 별도로 준비하라.

5. 은퇴를 위해 타인의 조언을 구하자.

6. 배우자와 함께 노후 준비사항을 점검하자.

(자료: 미래에셋생명 '은퇴준비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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