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을 키우는 힘

황광석 ㈜바리의꿈 대표 | 2008.05.01 07:47

[쿨머니칼럼]우수한 제품과 선한 소비자의 결합

지난 4월18일부터 3박 4일간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의 사회적기업가아카데미 해외연수 차 일본의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 현장을 다녀왔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란 시민 스스로 고용 창출 등 지역 문제를 풀거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을 비즈니스로 풀어가자는 것으로 사회적기업의 한 종류다.

그중 토키치현에 있는 '코코팜 와이너리(COCO FARM & WINERY)'를 방문했을 때, 우리 일행은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적장애인들의 직업 재활을 위해 1950년대부터 포도나무를 재배한 이 회사의 와인은 2000년 오키나와 G7 정상회담에 건배용으로 사용될 정도로 품질의 우수성을 공인 받고 있다.

코코팜 와이너리는 지역경제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와인을 도시에 판매해 연간 4억 엔의 매상을 올림으로써 지역에 자금을 유입시키고, 포도재배를 하는 장애인을 포함해 70여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또, 공적인 보조금을 받지 않고 시설 정비를 하며 장애인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도 내고 있다.

우리가 가본 코코팜 와이너리의 포도밭은 깎아지른 듯한 급경사면에 있었다. 일반인들이 올라가기에도 위험해 보이는데 장애인들이 어떻게 작업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일행을 안내한 코코팜 직원은 "오히려 단순 반복 작업이 많고 급경사면이 있으면 오르내리면서 자연스레 다리와 허리가 단련되어 몸의 균형도 잘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경사면은 포도 재배에도 적합하단다.

그는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시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품질이 높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류를 지향하여 당당히 시장에서 우수한 와인으로 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신지체인들이 집중력과 정성을 들여서 재배하는 포도이므로 그 어떤 포도보다 품질이 우수하다"고 자랑했다. 코코팜의 성공은 기업의 역발상, 장애인 직원들의 노력의 결과였던 것이다.

코코팜 와이너리와 유사한 사례가 러시아 연해주에도 있다. 고려인동포들과 한국농민들이 함께 무농약 자연콩으로 만든 차가버섯청국장은 한국에 판매돼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140여 년간 중앙아시아를 유랑하던 고려인 동포들이 비로소 연해주 땅에 자활의 희망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고려인 차가버섯청국장'은 국내 한 인터넷쇼핑몰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난해 10월 1주일 간 예약주문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때, 약 3억원에 달하는 주문이 들어왔다. 수백 개의 격려와 성원의 댓글도 붙었다.

'기존 시장의 제품력에 밀려서 추가 주문량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청국장은 올해에도 매달 꾸준히 7000만~8000만 원의 매상을 올리고 있다. 고려인동포를 돕는다는 '착한 이야기'뿐 아니라 친환경먹거리로서 우수한 품질, 유효적절한 마케팅이 결합한 결과였다.

사회적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 같은 '착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국가나 지자체, 지역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지원이 일정 부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제정해 지원하고 있지 않은가. 고려인 청국장을 생산하는 ㈜바리의꿈도 지난해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요즘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다. 지역과 사회에 기여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시하는 사회분위기가 점점 강화되면서 일반기업들도 '사회공헌성'을 마케팅의 주요 요소로 다루고 있다. ‘착한 제품 및 서비스’와 ‘선(善)한 소비’의 호응은 쌍방향 마케팅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착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는 사업 참여자들의 자립의지와 열정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다. 우수한 품질은 시장경제 내에서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 요소이다. '착한 기업'이라 해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착한 기업철학은 결국 제품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과 선한 소비자가 만날 때 살아남아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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