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배우는 마케팅 노하우

황인선 KT&G 북서울본부 영업부장 | 2008.04.29 12:41

[마케팅톡톡]상황 변화에 따른 마케팅 접근법

와! 골프의 계절이 왔습니다. 오늘은 골프와 날씨, 그리고 거기서 읽을 수 있는 마케팅 팁을 말해 보려 합니다. 꼭 싱글 정도 수준만 골프에 대해서 말하란 법 있나요.
 
날씨변덕이 많은 우리나라 골프= 환경 변덕이 많은 우리나라 기업하기= 기상예보 잘 틀리는 우리나라. 좀 통하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골퍼들은 날씨변덕을 탓하죠. 그러나 연애를 생각하면 생각의 각도가 달라질 겁니다. 밋밋하게 착한 애인 재미없죠.

톡톡 튀고 변덕도 떨어야 도전과 응전의 사랑이야기가 생깁니다. 우리 날씨는 주말골퍼들이 전략을 짜고 마인드 트레이닝을 하기에는 아주 딱입니다.
 
비가 오면. 볼의 런이 줄고 퍼팅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운건 그립이 미끄러워 샷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죠. 기업에서 핵심역량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처럼. 그립에 자신이 없으니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몸도 굳습니다. 스윙을 소극적으로 하게 되죠. 그럴 때는 한 클럽 더 길게 잡을 것과 막장갑을 끼거나 여러 개의 장갑을 번갈아 쓰는 것이 방법입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비 내리는 환경이 되면 욕심내지 말고 폼은 없더라도 미끄러지지 않는 막장갑 방법을 선택하거나, 번거롭더라도 장갑 부지런히 바꾸듯이 기본역량을 계속 관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사가 안 된다고 가격을 낮추고 세일에 의존하면서 몸을 웅크리는 회사들은 비오는 날에는 한 클럽 더 잡는 용기가 필요하듯이 프리미움 전략을 구사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빗물님의 속삭임을 들어보십시오.
 
안개가 끼면. 방향감이 없어 답답합니다. 낯선 골프장이라면 캐디가 왕. 경영에서 컨설턴트의 말에 기대게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캐디는 골퍼들의 타격스타일을 잘 모릅니다. 그러니 방향만 얘기합니다.

벙커나 해저드가 있는지, 앞 팀이 갔는지, 언제 뒤 팀 볼이 날아올지 모르니 골퍼들은 마음이 조급해져서 에라 쳐 버립니다. 안개가 무서운 게 아니고 심마(心魔)가 무서운 거죠. 사방에서 “어디야? 얼마야?” 안타까운 SOS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캐디는 내심 답답하겠죠. 치라는 데로 칠 것이지 왜 안 믿고. 그러나 그게 현실입니다.

 
안개가 많이 낀 날은 뭣도 모르면서 자기 추측에 빠지지 말고 캐디 말을 참고하면서 방향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평소대로 볼만 맞추면 볼은 알아서 간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볼은 눈이 없어서 안개를 못 보잖아요. 벙커에 좀 빠지면 어떻습니까! 좋은 날 친다고 안 빠지나요. 괜히 안개 탓, 캐디 탓만 열나게 하는 게 또 사람인 거지만.
 
안개 낀 날엔 믿음을 가지고 마케팅 방향이 정조준되고 있는지만 집중하는 게 방법입니다. 안개 끼었을 때는 오히려 스코어가 좋다가 안개가 걷히자마자 뻥뻥 질러대다가 무너지는 골퍼 많습니다. 상황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거겠죠.
 
두 개의 바람. 강한 맞바람이 불면 오너자리가 자주 바뀝니다. 오너의 중얼거림. “으와! 두 클럽 더 잡았는데도 짧아.” 뒤 사람에게 그 말은 아주 깨소금입니다. 맞바람이 불면 2인자 자리가 좋습니다. 자기가 오너라면 신발 끈 매는 척하면서 “어, 먼저 쳐”하는 뻔뻔함이 필요합니다. 먼저 매 맞을 필요 없죠. 오너 병 환자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옆바람이 불면 정상 날씨 때보다 볼의 휘어짐이 훨씬 심해집니다. 조금만 정타를 벗어나도 확확 휘어버리죠. 클럽을 더 잡되 낮게 깔아 치면서 거리 욕심보다는 볼의 중심을 정확히 가격해서 슬라이스나 훅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요즘 클레임에 시달리는 식품회사들 보면 소비자는 옆바람처럼 어떤 해명도 곱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언론은 슬라이스성 보도를 증폭하고. 그럴 때는 몸을 낮추고 소박하더라도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솔직한 해명을 해야지 어설프게 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악성 슬라이스나 훅이 나게 됩니다.

삼양라면 우지파동이나 OB의 수질사건 대응과정을 기억하시면 될 겁니다. 18대 선거는 옆바람 민심과 맞바람 박풍이 거셌던 것인데 설마 하면서 삐그덕 샷을 한 셈이랄까요. 46% 투표율. OB 몇 방에 '백돌이' 친 거죠.
 
골프의 계절. 잔디가 파랗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축복으로 알고 멋진 날씨만 바라지 말고 변덕 날씨가 전하는 마케팅 메시지를 음미하면서 도전과 응전을 즐기는 것도 좋겠죠. 그래서 멋진 마케팅을 해주면 애꿎은 골프도 덜 욕먹지 않을까요.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4. 4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5. 5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