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산실'을 가보니..

어바인(미국)=김희정 기자 | 2008.04.29 14:42

美블리자드, 철통보안속 '스타2' 개발...직원배려한 공간 '눈길'

▲WoW(World of Warcraft)의 캐릭터 중 오크가 늑대를 탄 모양의 동상이 들어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본사 앞 광장.

미국 서부 LA공항에서 5번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리니 주거 선호도 1위라는 어바인이 펼쳐진다. IT밸리로 새롭게 떠오른 어바인에는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를 개발한 세계적 게임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널직한 잔디밭이나 농구장, 배구장 등 체육시설이 흡사 대학 캠퍼스에 온 것같았다. 블리자드 직원들은 실제로 2만2000㎡의 부지에 3개동으로 이뤄진 이곳을 '블리자드 캠퍼스'라고 불렀다. 2500명의 블리자드 직원 가운데 1100명이 근무하는 이곳에서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와 WoW의 두번째 확장팩 '리치 왕의 분노'가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블리자드는 이날 본사를 방문한 기자들에게 3개동 중 스타2 개발자들이 있는 건물을 제외한 2개동만 개방했다. 블리자드 직원이라해도 스타2 담당자가 아닌 이상 출입할 수 없다고 했다. 아이디어가 생명인 게임사답게 철통보안을 유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사진촬영도 제약이 많았다.

▲블리자드 캠퍼스 중앙건물의 전시관에 진열된 한국 관련 물품들. 국내 식음료, 신발업체들과 공동 마케팅을 펼친 흔적을 볼 수 있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저서 <스타크노믹스>도 눈에 들어온다.


3층짜리 중앙건물 로비로 들어서니 전시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블리자드가 개발한 게임의 피규어(캐릭터 인형)와 컨셉 아트, 조형물 등이 전시돼 있다. 블리자드 팬들이 보낸 편지도 빠짐없이 보관해놨다. 12살 소년부터 이라크 파병군, 심지어 우주인도 블리자드 팬이다. 미국의 우주인인 덴 베리는 스타크래프트 CD를 들고 디스커리호에 탑승했다.

91년 설립된 작은 게임사, 블리자드가 매출 1조원을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데는 불과 18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 때문일까. 블리자드는 게임업계에서 이직률이 제일 낮은 회사로 꼽힌다.

근속연수 5년이 된 직원에게는 검이 주어진다. 게임 속 아이템을 실물 크기로 만들어 선물하는 것. 10년이 되면 방패, 15년이 되면 반지를 받는다.

블리자드 캠퍼스 중앙 광장에는 조만간 21피트 높이의 동상이 세워진다. WoW의 캐릭터 중 하나인 '오크'가 늑대를 타고 선 모양이다. 블리자드의 처녀작도 '오크&휴먼'이었다. 블리자드에게 오크는 특별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블리자드코리아 엄미나 과장은 "작년 말 본사 사옥을 어바인으로 이전하면서 모든 직원들에게 미니 오크 동상이 배달됐다. 초심으로 모든 직원이 같이 시작하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미국의 우주인인 덴 베리가 들고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했다는 스타크래프트 CD. 덴 베리는 지난 3월 블리자드의 어바인 본사를 방문해 우주에서의 경험을 직원들과 나누고 갔다. 그는 우주인 훈련 중에 가족들과 차단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베틀넷'에 접속, 가족들과 온라인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다고 한다.

블리자드 직원들은 1~2명이 독립된 사무실을 쓴다. 회사 측은 각자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사무실을 꾸미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대개 오전 9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6시 30분에 퇴근하지만, 굳이 근무시간을 구애받지는 않는 편이다. 곳곳에 타사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휴게실이 있다. 사무실 내에서 퀵보드를 타고 돌아다닐 정도로 자유롭다.

블리자드 개발자들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회의와 의사소통에 할애한다. 이 때문에 각자의 사무실이 있어도 일할 때는 공동의 작업공간을 이용한다. 이메일이나 전화로 얘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속전속결로 얼굴 보고 대화해야 불필요한 업무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직원들의 레저나 커뮤니티 활동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일례로 샘와이즈 디디에 수석 아트 디렉터는 사내 밴드인 '70레벨 정예 타우렌 족장 밴드'의 리드 보컬이고, 마이클 모하임 사장은 베이스 기타를 맡고 있다.

블리자드 개발자들의 이력은 뉴욕대 예술학 석사 취득자부터 대형 마트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게임을 좋아하고, 재능이 있다면 학력은 중요치 않다. 이런 파격이 스타크래프트와 WoW의 성공을 일궈낸걸까.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본사 카페테리아에서 직원들이 머리를 식히기 위해 카드게임을 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사옥 곳곳에 직원 휴게실을 마련, 수시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제프 카플란 수석 게임 디자이너는 "WoW는 수천년 분량의 스토리를 갖고 있고 아직도 풀어낼 이야기가 끝이 없다. 한국의 '리니지'가 대규모 플레이의 멋을 보여줬다면 WoW는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방대한 퀘스트가 강점"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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