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살아남는 법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08.04.30 12:31

[외국계기업의 CEO]김성열 캐리어코리아 대표

사도 바울은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끈기를 낳고, 끈기는 희망을 낳고. 희망은 승리를 낳는다"고 했다. 시련과 고통을 잘 이겨낸 사람에겐 곰삭은 자신감과 패기가 넘쳐 흐른다.

100년 전통의 에어컨 전문기업 캐리어의 한국법인인 캐리어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김성열(53) 대표. 그는 청소년 시절 낯선 미국 생활에서 겪었던 고된 경험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낯선 곳에서의 도전..그리고 자신감

김 대표는 1970년 15살때 미국 동부로 건너갔다. 기술이민을 선택한 부모님과 함께였다. 고등학교 1학년으로 편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공부만 할 수는 없었다. 넉넉지 않았던 형편인데다, 5남매의 장남이다 보니 그는 부모님의 고생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를 받아주는 가게는 없었다. "미국에 이민 간 후 첫 3달 간은 아침 일찍부터 동네 가게와 공장들을 일일이 돌아다녔습니다. 가게에 무작정 들어가 일을 시켜달라고 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죠. 당시에는 동양인도 드물었고 영어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한 식당에서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다. 고객을 상대할 필요가 없는 주방 보조 업무였다. "어렵게 구한 자리라 한 눈 팔지 않고 일만 했습니다. 그랬더니 주인이 저를 눈 여겨 보고는 음식 만드는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주방 요리기술까지 배울 수 있었죠."

그는 당시에 주로 계란 요리를 만들었다. "양손으로 계란 두 알씩 두 프라이팬에 노른자를 터뜨리지 않고 넣는 솜씨, 노른자를 터뜨리지 않고 두 프라이팬을 동시에 뒤집는 솜씨를 보고 손님들이 매우 신기해했습니다."

식당 외에도 여러 곳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고등학교를 마쳤다고 했다. 그는 이후 명문인 미시간대에서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이 시절에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잘 해낼 수 있다'는 좌우명을 갖게 됐습니다. 1978년 포드사에 입사했고 8년 만에 이사 직위로 승진했는데, 이 역시 저의 좌우명을 토대로 근성을 갖고 일에 임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직원들을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

김 대표는 일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특히 같은 실수를 반복해 업무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직원들을 가장 싫어한다. 하지만 독실한 기독교인 그는 평소에는 직원들을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권위적인 리더가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날마다 발전하고, 직원을 섬길 수 있는 리더가 되자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이런 리더십은 어려움에 처해있던 캐리어코리아에서 빛을 발했다. 그가 취임하기 전, 캐리어코리아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인해 수출물량이 줄어들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상대적으로 강성으로 인식됐던 노조는 자신들의 뜻을 굽히지 않아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상호 이해부족으로 불신의 골이 깊었던 노사관계는 2006년 초 그가 사장으로 취임한 후 크게 개선됐다. "당시에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회사 전체가 죽고 공장 철수가 불가피하다고 직원들에게 최대한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의 호소가 통했다. 전체 1100명 임직원의 30%인 350여명이 자발적으로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민감한 사안을 잘 극복해갈 수 있도록 이해해주고 회사를 위해 도와준 직원분들에게는 지금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노사 관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김 대표와 노조위원장이 공동으로 강연자로 참석할 정도다. 최근에는 한국노동교육원과 노사발전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노사 파트너십 재정 지원 사업' 심사에서 최종 지원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종업계, 최고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가 대표로 취임한 이후, 캐리어코리아는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문화에 맞는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하는 한편, 디자인을 한층 강화했다. 또 올해를 '친환경 에어컨의 해'로 정하고 에너지 소비를 대폭 저감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친환경 경영에 나섰다.

그는 캐리어에 합류하기 전에는 자동차 배기계통 부품 생산업체인 포레시아 이그저스트 시스템즈코리아와 대기 포레시아 사장을 역임하는 등 주로 자동차 관련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품질 최우선주의를 절감했던 자동차 부품사에서의 경험이 에어컨 회사를 경영하는데 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꿈을 물었다. "어느 분야에 종사하든지, 맡은 기업을 동종 업계에서 최상급으로 만드는 것이 저의 희망입니다. 지금은 에어컨 전문 기업의 경영자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습니다. 우리 회사를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키우고 싶습니다." 그의 꿈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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