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빌려주고 행복 받아오는 몽골가축은행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8.04.29 14:22

지구촌나눔운동, 7년째 몽골에서 빈민재활 프로젝트 실시

#사례. 몽골 울란바토르 시에서 살고 있는 바단하드(50)씨는 지난 1996년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은 데다 1999년 폭설 때문에 100여 마리의 가축 등 생계기반을 모두 잃어버렸다.

슬하의 5남매와 함께 뼈빠지게 남의 소를 돌봐서 버는 돈은 월 7만6000원 정도. 가난의 질곡이 이들 가족을 나락으로 끌고 가는 듯 했다. 그러던 중 2003년 어느 날 바단하드 씨는 젖소 두 마리를 '얻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의 소는 10마리로 늘어났다. 이제는 우유를 팔아 매달 한화로 40만원 정도를 번다. 바단하드 씨네 아들들은 이제 어엿한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셋째 딸은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대학을 다닐 수 있게 됐다.

몽골 초원 빈민들에게 가축 구입비용을 대주고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프로젝트가 7년째 국내 단체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국제개발 NGO 지구촌나눔운동은 29일 "올해로 7년째 몽골에서 가축은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 주민 스스로가 빈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후원을 받아 몽골에서 축산시범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 단체는 가축은행에 대해 "노동력과 축산 경험은 있지만 자연재해로 가축을 잃고 다시 구입할 자금이 없는 가난한 유목민들에게 젖소를 구입할 자금을 대출해주는, 일종의 소액신용대출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몽골에서 젖소 한 마리 값은 한화로 약 30만원, 몽골 도시근로자의 월 평균 수입(약15만원)의 두 배나 된다.

이 사업의 지원을 받는 유목민들은 1인당 하루 2달러(2000원)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극빈층이지만, 대상자로 선정되면 보통 한 번에 2마리 정도의 젖소를 지원받게 된다.

이들은 매일 아침 생산되는 우유를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대출금을 갚는다. 2년마다 소는 2.5배로 불어난다. 2마리의 젖소는 2년 후 4~5마리, 4년 후 12마리로 늘어난다. 몽골 유목민들의 삶의 질도 그만큼 높아진다.

지구촌나눔운동은 2002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을 통해 몽골 309가구에 597마리의 젖소를 지원했고, 이달 중에도 30가정에 추가로 젖소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몽골 빈곤층 재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이 단체의 정기회원이 돼 월 1만~5만원씩 후원금을 낼 수도 있고, 소 한 마리 가격인 30만원을 일시에 납부할 수도 있다. 후원 문의는 지구촌나눔운동(02-747-7044, www.gc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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