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인위적 구조조정 촉진하겠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비트 그로스(Bit Growth)' 목표를 100%"라고 밝혔다. 비트 그로스란 '비트(bit)' 단위로 환산한 D램의 생산량 증가율이다. 삼성전자 역사상 최대 생산량 증대 목표다. 특히 이를 위해 올해 7조원 이상을 반도체에 쏟아붓기로 했다. 투자규모 또한 역대 최대다.
대부분의 D램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수익성 악화로 올해 설비투자를 작년보다 낮추는 상황이지만 삼성전자는 거꾸로 가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조340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전자의 생산량 대폭 확대는 업계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좋은 말로 '구조조정 유도'이지 실상은 '경쟁사 죽이기'다. 삼성전자도 이같은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주우식 IR팀장(부사장)은 지난 25일 실적발표회에서 'D램 업계의 턴닝포인트(업황 개선 시점)을 늦추는 요인이 삼성전자라는 지적이 있다'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주 부사장은 "지금의 업계 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고서는 업황이 개선되더라도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업계 구조조정을 촉진시키고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확대시키겠다는 분명한 정책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D램 업계에는 올들어 합종연횡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실상 인수합병(M&A)이나 파산 등 D램 회사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이 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電의 자신감, 어디서 나오나= 삼성전자 D램 사업도 1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그 정도는 매우 미미하다. D램 업계 2위인 하이닉스는 -29%, 3위 키몬다는 -110%, 4위 엘피다는 -28%, 5위 마이크론은 -5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수익성 격차가 최소 30% 정도에서 100% 넘게 벌어져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삼성전자만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2년만에 30%를 돌파한 바 있다.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시장지배력을 키운 셈이다. 주 부사장도 "2분기에는 경쟁사와의 이익률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편 이같은 삼성전자의 D램 공급 확대 전략은 회복 조짐을 보이던 D램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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