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B 가로막는 규제전봇대 NCR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전필수 기자 | 2008.04.28 10:44

[자본시장을 숨쉬게 하자] <제1부> '규제본능' 자통법

 
대형 증권사들은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규정을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커나가는 것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규제 전봇대로 느낀다. 자기자본투자(PI)를 크게 제약할 뿐 아니라 트레이딩 규모의 확대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놀고 있는' 자본을 굳이 갖고 있어야 하고, 게다가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낮아지게 돼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는 불만이다.

 한 대형증권사 IB임원은 "자기자본 투자 2000억원만해도 NCR가 현재 종합증권업을 하기 위해 유지해야 할 300% 밑으로 떨어진다"며 성장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 규제라고 목청을 높였다.

 NCR는 자기자본에서 부동산 등을 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으로, 증권사 BIS비율로 보면 된다.

 PI에 적극 나서는 대형 증권사들은 이 때문에 NCR 규정의 대폭 완화를 요구한다. IB투자를 늘리게 되면 위탁매매로 영업할 때보다 위험자산이 늘게 되는데 지금처럼 보수적으로 지나치게 자기자본을 뭉치로 쌓게 만들면 자본조달과 그에 수반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증권사는 단순히 NCR 규정을 일괄 완화하는 것보다는 우선 종합증권업 진입을 위한 최저 자본금 수준을 상향 조정한 뒤 PI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은 종합증권업을 유지하는 대형사에 대해 이를 대폭 완화해달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시장·업체 차별화를 통한 합리적인 시장접근 대신 과거처럼 획일적인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게다가 금융투자업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춰 오히려 문제를 양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 비판이다.

증권업계는 출자 및 자회사를 통한 대형화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증권거래법은 증권업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자의 증권사 자회사 소유 또는 주요 출자가 금지돼 있다.(증권거래법 32조)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출자를 통한 대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회사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추진이 가로막혀 있다. 물론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이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업계는 이에 대해 금융회사간 주식교환을 적극적으로 확대·허용해 달라고 요구한다. 증권사의 증권사 자회사 소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해 달라는 주문이다. 대형 금융회사의 출현을 뒷받침해 글로벌 IB를 육성한다는 취지를 살려달라는 얘기다.

정부에서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개선해 제조업체 등 비금융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는 비은행(보험, 증권)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한 만큼 증권사에도 동일한 기회를 달라는 주문이다.

국내 금융회사(증권사)에 대한 세법도 난제로 꼽힌다. 현재 국내 세법은 각 금융회사를 하나의 개별회사로 구분한 뒤 세금을 매기고 있다. 이는 조세회피 가능성 등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향후 도입 예정인 국제회계기준과 심각한 충돌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회계기준은 모회사와 자회사를 합쳐 연결기준으로 세금을 물리고 있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의 경우 200여개에 이르는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를 하나의 실체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한다.

퇴직연금과 기업연금 등에 대해서도 대폭적인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두 시장의 활동 증가에 따라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이 크게 영향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주식편입이 힘들게 돼 있어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민영화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자본시장으로 이 두 '큰손'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참여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증권업계는 말한다.

예를 들어 호주의 경우 월급의 9%를 강제로 금융회사 퇴직연금 계좌에 넣도록 하고 있는데, 이 펀드는 전체 자산운용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자금 흐름을 자본시장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 이는 세금우대 상품 등보다 훨씬 강력한 제도로, 국내에서도 이같은 전향적인 자본시장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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