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감세"vs정부 "재정"…다른 철학?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김성휘 기자 | 2008.04.26 16:05

당정협의 '시각차' 확연…이한구 정책위의장 "철학의 문제"

- 26일 정부-여당 간 당정협의
- 장애인 LPG 특소세 면제 등 감세안, 정부 "반대"
- 이한구 한나라 정책위의장 "실망..철학의 문제"


26일 당정협의는 정부와 여당의 시각차를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 한나라당은 주로 감세를 얘기했고 정부는 재정을 걱정했다. 굳이 지원이 필요하다면 재정을 투입하자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철학의 문제"라고 했다. 정부가 여전히 '큰 정부'식 사고방식에 젖어있다는 얘기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여당과 '안정적인 재정운용'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정부가 빚어낸 간극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날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조중표 국무총리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한나라당이 제안한 58개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처리에 합의한 법안은 10여개에 불과했다.

창업기업에 법인세 50%를 깎아주는 제도를 문화업종에도 적용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정부가 가지고 있던 국립대학의 예산 편성권을 사실상 각 국립대로 넘기는 내용의 국립대학재정운용특별법 제정안 등이 합의된 법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감세 법안은 정부의 반대로 합의되지 못했다. 장애인 차량에 쓰이는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해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부정수급이 우려된다며 세금 감면 대신 장애인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용 생활필수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10%에서 8%로 낮추는 법안의 경우 정부는 6월 이후 추진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이 의장은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다소 실망스럽다"며 "행정편의주의에 의거해 법안을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장애인 LPG 감세에 대해 "정부는 장애인에게 지원금으로 주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권과 뭐가 다르냐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정부가 자꾸 감세를 안 하고 재정지출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행정하면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몇가지는 철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철학적으로 경제학계에서 신고전학파는 감세를 강조하는 반면 케인즈학파는 재정의 역할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당의 '감세론'과 정부의 '재정론'이 부딪힌 것은 이번 뿐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세계잉여금 가운데 최대 4조8000억원을 추가경정 예산으로 편성, 재정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여당은 이를 감세 재원으로 돌리라는 입장이다. 여당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추경예산 편성 문제를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한편 이 의장은 "정부는 어떤 (감세) 법안에 대해서는 '하긴 하겠는데 6월 국회, 9월 국회에서 하겠다'고도 했다"며 "불가피한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느긋하게 시간끄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작은 정부'라는 철학에는 동의하지만 감세는 한번 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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