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50나노 '말바꾸기'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 2008.04.28 09:09

업계 첫 50나노대 D램 양산 두고 양사 간 '신경전'

"내달에 양산하는 것이고 이달에는 소량생산이다. 양산이라는 게 정의하기 나름 아니냐?"(삼성전자 관계자)

"내달 '양산'하는 것이고 올 하반기에 '본격 양산'하는 것이다."(하이닉스 관계자)

D램 업계 첫 50나노대 공정 양산을 두고 삼성전자하이닉스가 자존심 대결을 벌이면서 말을 수시로 바꿔 출입기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공정은 반도체 회로와 회로 사이 폭(회로선폭)을 머리카락 굵기의 약 2000분의 1로 구현한 최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이다.

D램 메모리 반도체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50나노대 공정을 적용해 D램 양산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면서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포문을 연 쪽은 하이닉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18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달부터 54나노공정을 적용해 D램 양산에 들어가 업계 최초로 50나노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튿날인 19일 기자들에게 "이 달부터 56나노공정으로 D램 양산에 들어갔다"며 "업계 첫 50나노대 공정 진입은 삼성전자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언론들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연이어 50나노대 공정 D램 양산에 들어가면서 키몬다와 엘피다, 마이크론 등 해외 경쟁사들을 제치고 기술적 우위를 이어갔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하지만 양사의 주장은 25일 실적발표를 하면서 싹 달라졌다. 주우식 삼성전자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56나노공정 D램 양산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달부터 양산된다"고 대답했다.

삼성전자가 이달부터 양산한다고 보도했던 기자들은 당황해 정확한 양산시점과 생산량을 묻자 "규모가 있게는 내달 양산한다는 것이고 지금은 굉장히 소량생산하고 있다. 양산이라는 게 정의하기 나름 아니냐?"고 덧붙였다.

하이닉스 역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2/4분기 54나노공정 D램 양산수율을 확보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할 것"이라고 밝혀 기자들에게 혼란을 줬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달 양산하는 게 맞다"며 "내달에 반도체 원판(웨이퍼)을 수천 장 양산하는 것이고 올 하반기에는 수만 장 규모의 본격 양산이 이뤄질 것"이라며 '양산'과 '본격 양산'은 다른 것 아니냐는 주장을 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자존심 대결이 우리나라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전 세계 메모리 업계 수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이 업계 첫 D램 양산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말 바꾸기까지 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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