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복당 회견, 李대통령과 '각세우기'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8.04.25 14:05

복당 조건부 '전대 불출마' 선언… 간담회 내내 李대통령 우회 압박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탈당한 측근들의 복당 논란과 관련해 '배수지진'의 전략을 꺼내 들었다. 7월 전대 불출마 카드다.

친박 당선자들의 즉각적이고 일괄적인 복당을 당이 받아들일 경우 당 대표를 뽑는 전대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복당을 전제로 내건 '조건부 전대 불출마' 선언이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회동 여부에 대해서도 "지금 가장 중요한 이슈는 복당"이라며 "연락받은 적 없고,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복당 문제의 선결없이는 이 대통령과 만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을 둘러싼 정치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친박 복당 논란,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여부, 친박연대 비례대표 공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모두 언급됐다.

박 전 대표가 기자회견 형식을 빌어 당내 현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공천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던 지난 달 23일 이후 약 한 달만이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간담회 내내 이 대통령을 겨냥했다.

친박 복당 문제에 대해 "강재섭 대표가 해결해야 한다"고 공을 넘겼지만 "당 대표 개인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최고위원회의나 공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대통령의 결단을 우회 촉구한 셈이다.

당의 복당 불허 방침을 비판하면서도 "결국 사적 감정때문이다. 경선 때 저를 도왔던 것에 대한 괘씸죄에 걸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가 고수하고 있는 복당 불허 입장에 이 대통령측의 '박근혜 죽이기'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국내에 경쟁자는 없다. 당에 계파도 없다"고 한 말을 거론하면서도 '각세우기'는 계속됐다. 박 전 대표는 "경쟁자가 없다는 말은 당연하다. 대통령이 됐는데 경쟁자가 있겠느냐"면서도 "(대통령 말처럼) 계파가 없다면 복당은 아무 문제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이 대통령의 논리를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비례대표 공천 파문을 둘러싼 친박연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검찰 수사를 보면서 '과잉수사다, 표적수사다, 또 야당 탄압이다' 이런 비판을 받고 있는데 사실이라면 아주 매우 중대한 문제다"라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친박연대에 대한 정권차원의 보복 수사라는 말처럼 읽힌다.

박 전 대표가 이날 꺼내든 전대 불출마 카드도 사실상 이 대통령에 대한 '압박용'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전대 이전에 복당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의 결정에 따라 추후 생각해 보겠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측근들의 복당 여부와 무관하게 박 전 대표가 7월 전대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직접 정치 무대의 전면에 나서기엔 부담이 크고 '정치적 실익'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 전 대표의 조건부 불출마 선언이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복당 수용을 이끌어 내기 위한 '압박용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불편한 관계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당 지도부의 일괄 복당 불가 입장이 강경한 데다 이 대통령이 당내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할 가능성도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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