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특검 후 '거목은 서서히 쓰러진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4.25 11:26

1분기 4년만에 全사업부문 흑자… "환율 등 덕분, 특검 파장 여전히 우려"

삼성전자가 25일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1/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특검 정국에 일었던 '경영악화' 우려가 '엄살'이 아니었느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특검의 후폭풍은 시간을 두고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비자금 의혹 폭로 이후 6개월간 진행된 특검 정국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협력사들의 경영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 올 1/4분기의 삼성전자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훨씬 앞섰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전일 모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삼성전자가 왜 실적 발표를 미룬 지 아느냐. 삼성전자가 특검으로 인해 경영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하지만, 내일(25일) 발표될 실적은 아주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특검으로 인한 경영차질은 '허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적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좋다'고 웃을 수만은 없는 일다. 올 1/4분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 두가지 요인은 환율과 마케팅 비용이다.

달러 대비 원화의 평균환율은 지난해 4/4분기 921.3원에서 올 1/4분기에 955.2원으로 3.7% 상승했고, 유로 대비 원화의 평균 환율도 전분기 1335.2원에서 1433.86원으로 7.4% 올랐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30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효과를 봤다. 또 계절적 요인과 특검 요인으로 마케팅 비용이 전분기 대비 3000억원 정도 감소하면서 영업이익 개선의 효과가 나타났다.

삼성은 특검이 진행된 이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못했고, 광고집행의 규모도 대폭 줄이면서 비용 지출이 감소했다. 그 효과가 3000억원 정도다. 환율과 마케팅 비용감소 등 이 두 요인만을 합쳐도 60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효과가 있었다는 것.


2조 1500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이같은 외부요인을 빼면 실제 삼성전자의 1/4분기 영업이익은 1조 55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4/4분기의 1조 7830억원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장의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가 돼 있느냐가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게는 중요하다"며 "일각에서 특검이 삼성의 실적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짧게는 6개월에서 1~2년, 멀게는 수년 앞을 보고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지난 분기의 일이 바로 다음 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

이 관계자는 "작은 나무들은 바람이 불면 금방 쓰러지지만 거목은 눈에 보이지 않게 기울다가 서서히 쓰러진다"며 "특검 영향으로 인한 후폭풍은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삼성전자에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를 하는 이날도 여전히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채 11조원 이상이라는 모호한 미래를 발표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