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비자금 의혹 폭로 이후 6개월간 진행된 특검 정국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협력사들의 경영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 올 1/4분기의 삼성전자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훨씬 앞섰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전일 모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삼성전자가 왜 실적 발표를 미룬 지 아느냐. 삼성전자가 특검으로 인해 경영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하지만, 내일(25일) 발표될 실적은 아주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특검으로 인한 경영차질은 '허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적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좋다'고 웃을 수만은 없는 일다. 올 1/4분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 두가지 요인은 환율과 마케팅 비용이다.
달러 대비 원화의 평균환율은 지난해 4/4분기 921.3원에서 올 1/4분기에 955.2원으로 3.7% 상승했고, 유로 대비 원화의 평균 환율도 전분기 1335.2원에서 1433.86원으로 7.4% 올랐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30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효과를 봤다. 또 계절적 요인과 특검 요인으로 마케팅 비용이 전분기 대비 3000억원 정도 감소하면서 영업이익 개선의 효과가 나타났다.
삼성은 특검이 진행된 이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못했고, 광고집행의 규모도 대폭 줄이면서 비용 지출이 감소했다. 그 효과가 3000억원 정도다. 환율과 마케팅 비용감소 등 이 두 요인만을 합쳐도 60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효과가 있었다는 것.
2조 1500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이같은 외부요인을 빼면 실제 삼성전자의 1/4분기 영업이익은 1조 55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4/4분기의 1조 7830억원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장의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가 돼 있느냐가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게는 중요하다"며 "일각에서 특검이 삼성의 실적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짧게는 6개월에서 1~2년, 멀게는 수년 앞을 보고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지난 분기의 일이 바로 다음 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
이 관계자는 "작은 나무들은 바람이 불면 금방 쓰러지지만 거목은 눈에 보이지 않게 기울다가 서서히 쓰러진다"며 "특검 영향으로 인한 후폭풍은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삼성전자에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를 하는 이날도 여전히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채 11조원 이상이라는 모호한 미래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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