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따라 강남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

이건희 외부필자 | 2008.04.25 10:58

이건희의 행복투자

투자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따라갈 것인가, 다르게 할 것인가를 놓고 흔히 고민하게 됩니다. 남들이 살 때에는 나도 살까, 남들이 팔 때에는 나도 팔까, 남들이 좋다는 종목을 나도 살까,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인기 펀드에 나도 가입할까, 모델하우스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아파트에 나도 청약할까,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서 사람들이 사고 싶어하는 아파트를 나도 살까, 이런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투자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투자에 관련된 격언 중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뒤안길에 꽃길이 있다는 격언은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투자하라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에서는 이미 가격이 충분히 오를 만큼 올라있어서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으며, 남들이 외면하고 있는 곳에 저평가 되어있거나 숨어있는 유망 투자대상이 있다는 뜻으로서 생겨난 격언입니다.

하지만 흙탕길 또한 남들이 가지 않는 뒤안길에 있는 것이기에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뒤안길에는 꽃길도 있지만 흙탕길도 있기에 수익을 얻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기는 싫어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안전하리라 여기고 가는 것입니다.

결과론적으로만 보자면 어떤 때에는 남들이 사는 투자대상을 쫓아서 사는 것이 잘되는 길이며 또 어떤 때에는 그와 반대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한 길이 됩니다.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 투자하였다가 함께 공멸하기도 합니다. 결국 남들이 어떻게 하느냐를 단순한 판단 기준으로 여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조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각 시기마다, 투자대상마다, 종목마다, 주변 환경변화 등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집니다. 투자대상마다 특성을 개별적으로 파악하고 시장의 성격, 주변 여건, 세계적인 상황 등에 맞추어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투자대상마다 투자 요령이 다르고, 시기마다 선택의 요령이 다른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따라갈 것인가, 다르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인생사 어디에서나 겪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자녀교육에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상담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요즈음 부모들의 조기교육으로 인하여 저도 자녀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합니다. 큰 틀 속에서 작은 혹은 세심한 부분으로 엮어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를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조기영어교육, 피아노, 태권도, 미술, 한자교육, 논술...기타 등등 어떠한 방향으로 지도해야 할지 인터넷으로 알아보지만 아이한테 오히려 해가 되지 않을까 혹은 부작용이 생길지 않을까...지금은 그냥 어린이집 다니고 엄마가 OO수학, 국어(엄마는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서) 친구 집에서는 영어유치원 100만원짜리 보낸다..누구는 한글을 읽을 줄 안다.. 그러한 여러 얘기를 들으면 제 아이가 뒤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또한 영어는 어떻게 가르쳐야하는지 고민됩니다...미국으로 보내야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와 같이 자녀 교육에 관련하여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요즘 대부분 부모님들이 겪는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판단이 잘 들지도 않지만, 설사 나름대로의 소신이 생겼다 하더라도 남과 다르게 하는 것 즉 나만의 소신대로 했다가는 아이가 잘못될까 염려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가정마다 나름대로 주관을 가지고 자녀교육 방향을 정하기보다는 남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늘 좋은 결과가 나오는 길이 있다면 세상 살기는 너무나 쉽습니다. 무조건 다른 사람들을 쫓아 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자녀교육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서 최선이 무엇인지가 더더욱 미묘해집니다. 물질이라면 똑같은 자극에 똑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생물이라면 똑같은 자극에 똑같은 결과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옵니다. 인간은 똑같은 자극에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크게 잘못했을 때 매우 심하게 때리면 나타나는 반응이 천차만별입니다. 도망가는 아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아이, 뉘우치고 다음에 개선하는 아이, 뉘우치기는 하지만 개선은 안 되는 아이, 아예 잘못을 전혀 느끼지 못하면서 무심히 넘어가는 아이, 맞으면서 대드는 아이, 우는 아이, 씩씩거리기만 하는 아이, 물건 던지는 아이, 가만히 참고 있는 아이, 참고는 있지만 속으로는 반항심을 키우는 아이, 아예 집을 나가버리는 아이, 자기보다 약한 다른 아이에게 대신 화풀이 하는 아이, 방에 들어가서 누워 잠 들어버리는 아이,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면서 매 맞은 고통을 잊어버리려 하는 아이, 자기를 위해주는 다른 사람에게 가서 동정을 구하는 아이, 이렇게 매우 다양한 반응이 나옵니다.

한편 똑같은 아이라도 맞는 시점에서 자신의 상태와 주변 환경 등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집니다. 서로 다른 아이가 똑같은 시점에서 똑같은 행동을 할 때 부모가 두 아이에게 똑같이 대해주더라도 각각의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흔히 다릅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고려한다면 다른 집 아이에게 어떻게 교육을 시켜서 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우리 집 아이에게 똑같은 교육을 시켜서 비슷한 효과를 얻을지 여부는 미지수인 것입니다. 다른 집 아이에게는 긍정적이고 좋은 결과가 나온 교육방식이 우리 집 아이에게는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어떤 아이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했던 방식이 다른 아이에게는 좋은 결과를 낫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남들이 어떻게 하는가를 바라보고 참고로 하는 것은 일종의 벤치마킹으로서 중요하지만 너무 큰 의미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심지어 한 집에서 똑같은 환경 속에서 두 형제를 똑같이 대해주고 똑같이 키우더라도 결과는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서 형(또는 누나, 언니)을 키울 때에는 어떻게 대해서 어떤 결과가 얻어졌었기에 동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키웠다가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결국 교육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이를 잘 파악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성향, 취향, 성격 등을 부모나 선생님이 섬세하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파악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다음이 대응 방법과 교육 방향입니다. 아파트 하나를 살까 말까, 주식종목 하나를 살까 말까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도 남들이 그것을 사느냐 파느냐를 바라보는 것에 앞서서 일단 그 아파트, 그 종목의 특성에 대해서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순서인 것입니다.

특히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는 모든 인간에게 한 가지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맞춤형 정답을 찾아가야 합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삶의 기본 양식은 꼭 지키도록 하고 몸에 베이게끔 훈련시키고 교육시켜야합니다. 그렇지만 선악의 개념이 없는 것에서는 각 개인에 맞는 방식으로 대해주고 이끌어 주는 것이 한 개인에게 있어서나 사회적인 측면에서나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영어교육의 중요성이 증가하다보니 기러기가정이 됨에도 불구하고 영어교육을 위해서 외국으로 아이를 보내는 집이 많아졌습니다. 우리아이도 보내는 것이 좋은지 여부는 각 가정마다, 아이마다, 부모의 상황에 따라서 판단해야합니다. 남들이 보내니까 우리집도 그러는 것이 좋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외국의 똑같은 곳에 거의 비슷한 수준의 아이 두 명이 갔는데 한집 아이는 좋은 성과를 거두는데 다른 한집 아이는 정 반대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계속 학교를 다니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는 후회를 부모가 하였습니다. 가족들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많이 쓰고 결과는 안 좋았기 때문입니다.

아는 집의 어떤 아이는 중학교 시절부터 전교 1등을 했고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공부를 무척 잘해서 의대에 충분히 들어갈 성적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의대는 자기 적성에 맞지 않아서 싫고,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부모는 의대 가야한다고 지속적으로 아이를 설득했습니다. "적성은 무슨 적성, 의사하다보면 적성은 후발적으로 생기는 것이고, 나중에 자기도 잘했다고 생각할 것을..."

그 아이는 의대에 들어갔는데 졸업을 앞두고서 중퇴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좋은 성적을 가지고는 남들이 전부다 의대 간다고 바라보면서 그 부모는 남들 따라서 아이를 의대로 보냈던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나은 것입니다.

투자이건, 자녀교육이건, 진로선택이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아니더라도 남이 아닌 나에게 맞는 선택이 삶의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남들의 선택을 외면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선택을 잘 하려면 가급적 많은 정보와 참고자료들이 있어야하는데 남들이 선택하는 것에는 정보가 많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그 정보는 취득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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