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대우 해체와 삼성 해체

머니투데이 유승호 산업부장 | 2008.04.25 07:34
 요즘 문득문득 10년 전 해체된 대우그룹이 떠오르곤 한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맞아 해외 채권자들에게 뭔가 보여줬다. 당시 자산 80조원짜리 대우그룹을 절단내 보였다. 전경련 회장으로 재계를 대표하던 김우중 회장은 순식간에 '범죄집단의 수괴'라는 낙인이 찍힌 채 해외를 전전하며 도피생활을 해야 했다.

 외환위기는 재벌의 선단식경영, 부채비율 500%대 부채경영에서 비롯됐다는 게 당시 '사회적 진단'이었다. 몇년 후 기업들이 투자 안하고 현금을 쌓아놓고만 있자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는 게 무슨 근거였는지 모르겠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아무튼 빚 많았던 대우그룹은 시범케이스가 됐다.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불가피했다고는 하나 한국사람 간 큰 것은 알아줘야 한다. 대우그룹 붕괴는 20세기 세계 최대 파산으로 기록돼 있다.

 법적 잣대를 들이대니 김우중 회장의 대우 경영 방식은 범죄시스템으로 전락했다. 김 회장은 외화자금을 싼 값에 쓰기 위해 한국은행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때마다 총재나 임원에게 직접 가지 않고 담당 부서에 먼저 가서 손을 잡고 부탁했다는 비화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성공담은 달리 보면 로비고 선물이나 봉투가 오갔다면 불법 로비가 된다.

 10년이 지난 요즘 지구상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지역들은 거의 빼놓지 않고 당시 김우중 회장이 터를 닦던 곳들이다. 중국 인도 베트남을 비롯,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그리고 나이지리아 등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천혜의 인적·물적자원을 보유한 이른바 '대박' 터진 지역들이다. 김 회장의 투자 안목에 놀라면서도 아쉬움이 교차한다. 그곳에 뿌려진 투자금과 땀들은 현지 정부나 투자파트너 좋은 일만 시키고 만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이 뭇매를 맞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Samsung)은 알게 한 글로벌 기업 삼성에 태풍이 불어닥쳤다. 결국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은 이어 법정에 서야 한다. 삼성그룹의 사령탑 역할을 한 전략기획실도 해체키로 했다. 쇄신안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삼성그룹을 해체하는 수준이다.
 
재계에선 "설마 이 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느냐"는 시각으로 보는 것같다. 실제로 이 회장이 완전히 손을 떼고 삼성 계열사들이 각자 경영의 길을 간다면 그것은 한국 경제에 큰 불확실성을 안기는 일대 사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최대 기업군이 태어나서 70년 동안 한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경영실험에 들어가는 일이다. 삼성을 59개 계열사, 150조원의 자산을 가진 그룹이라는 액면으로만 볼 수 없다. 삼성과 운명공동체인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지금으로선 발표된 쇄신안을 믿을 수밖에 없다. 사제단이 성전(聖戰)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니 실행에 옮기지 않을 방도도 없을 것같다. 통 큰 한국인들이 다시 한번 큰 일을 벌이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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