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 두 아들의 얘기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4.25 13:36
"아빠가 다니는 회사가 어딘지 알아?" "삼성전자요"
"나중에 커서 아빠가 다니는 회사에 입사할래?" "싫어요"
"왜?" "매일 늦게 오잖아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 C모 차장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의 대화중 일부다.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에 다니는 아버지가 나름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던진 질문에 매일 일 때문에 늦게 오는 아빠에 대한 책망이 담겨있는 대화다. 아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들의 마음 속에 '아빠의 직장'에 대한 괜한 미움이 자라난 듯하다.

오늘날 세계 시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한국 직장인 아버지들 대부분의 모습이다. 가정보다는 회사에 무게 중심을 둘 수 밖에 없는 '한국의 아버지'에 대한 '아들'들의 생각이 묻어난다.

이런 삼성에 대한 또 다른 아들의 생각도 있다.

"아빠 힘내세요. 제가 미술대회에서 1등 해서 60만원을 타면 삼성에 기부할께요"


최근 특검 수사로 인해 사실상의 그룹 해체 지경까지 몰린 '아빠의 회사'를 TV 뉴스를 통해 보면서 '아빠'를 도와줘야 한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삼성 그룹 C모 부장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편지다.

서로 다른 두 사례지만 아들과 마음껏 놀아주지도 못하고 밤낮없이 일한 댓가가 초등학생 아들로부터 '기부'를 받아야 하는 처지로 보인 현실에 25만 삼성 직원들의 마음은 어떨까.

지난 6개월간 삼성그룹은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20년간 삼성그룹을 이끌던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의 퇴진을 선언했고 이 회장을 보좌하던 전략기획실도 50년만에 문을 닫는다고 했다.

오너 경영과 전략기획실의 장단점이 분명히 있지만, 비난 여론 속에는 '장점'은 완전히 사라지고 모든 것이 매도됐다. 공과(功過)를 따지는 과정에서 '공'은 사라지고 '과'만이 모든 것을 덮었다.

삼성직원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그룹 수뇌부는 오는 11월까지 특검이 기소한 것에 대한 재판을 받는다. 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이제 더 이상의 논쟁은 멈추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이 어린이들의 눈에 투영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 어린이들이 아빠, 엄마의 직장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삼성이 정상화돼 제 궤도를 찾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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