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회, 심평원 재평가에 '유감' 공식표명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08.04.24 12:14

심장학회·지질동맥경화학회…고지혈증치료제 재평가 관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하고 있는 고지혈증치료제에 대한 약가재평가에 대해, 대한심장학회와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심평원의 약가 재평가에 관련 의학단체가 공식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심장학회와 지질동맥경화학회는 고지혈증치료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학회로, 앞으로 고지혈증치료제 약가재평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심장학회와 지질동맥경화학회는 24일 공동으로 고지혈증치료제 약가재평가와 관련된 의견을 모아 심평원과 약제급여평가위원들에게 공문을 발송했다. 이번 약가 재평가 과정에서 인용된 연구들이 학문적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으며,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제약사의 신약개발의지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공문의 주된 내용이다.

심평원이 경제성 평가를 진행하면서 LDL-C(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저하 효과만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이들 학회의 의견이다. LDL-C 저해효과가 고지혈증치료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이긴 하지만 부작용 감소와 약물 복용 편리성 등의 요소는 간과했다는 것이다.

심장학회와 지질동맥경화학회는 “최근에 개발된 스타틴계 약물은 작용 시간이 길어 과거 약물과 같이 자기 전에 약을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해소됐다”며 “또한 대규모 임상에서 다양한 환자군에서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 이외에 다용한 효과가 있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값 결정단계에서 LDL-C 감소효과만 고려한다면 약품이 가지고 있는 다른 효과는 간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학회는 “약의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하면서 한가지 요소만을 고려할 경우 처방의 획일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는 약물처방시 고려해야하는 복잡한 요소를 무시한 무리한 확대해석 일 수 있다”고 밝혔다. 스타틴계 약물이 대사 과정을 비롯해서 여러 과정에서 약물 특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환자에 맞게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처방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약물의 경우 사망률 자료가 없어 심평원이 급여제한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무리한 규정 적용이라는 이들 학회의 평가다. 심장학회와 지질동맥경화학회는 “심평원이 요구한 사망률과 관련된 자료는 장기간 추적 관찰이 필요한 것”이라며 “최근에 개발된 약물은 사망률 자료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학회는 최근에 출시된 약물은 기존의 약물과 비교 임상연구를 통해 임상효과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학회는 “사망률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신약 도입이 늦어질 경우 국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으로 약물의 경제성 평가가 보다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이들 학회의 의견이다. 경제적인 측면만을 고려하면 많은 임상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나 신약 사용의 제한으로 이어져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심장학회와 지질동맥경화학회는 심평원이 그동안 학문적인 자문을 수행해온 양 학회의 동의절차를 생략한 채 재평가를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심평원의 재평가에 대해 이를 수용하거나 동의하지 않았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심장학회와 지질동맥경화학회는 “심평원의 재평가 과정에서 관련 학회와의 학문적토론을 통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러한 과정이 학회의 지지와 동의를 도출하는 기본 전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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