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 회사 후배를 인터뷰하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 2008.04.24 12:43

[일상속에서]결혼도 ‘가치 투자’처럼

우리 회사에 35살 먹은 '노총각' 후배가 하나 있다.

가만, 결혼이 대체로 늦은 요즘 기준으로 볼 때, 그에게 노총각 딱지를 붙이는 건 본인으로선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이가 꽉 찬 건 사실이니 일단 넘어가자.

지난 금요일에 일과를 마치고, 그 '노총각' 후배와 홍대 입구에서 돼지고기 안주에 소주 한 잔을 나눴다. 일전에 집안 어른의 소개로 선을 봤다고 한 이야기가 생각나, 후배에게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를 물었다.

기대와는 달리, 별 진전이 없었단다. "조심스레 소개해 준 사람을 통해 의중을 떠봤는데, 그 여자도 한 두 번 쯤 더 만나볼 생각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았어요. 그래서 그냥 말았죠. 뭐."

"아니, 이런 한심한 인사를 봤나"라며 후배에게 대뜸 독한(?) 구박을 퍼 안겼다. "이 친구야, 더 만나 볼 생각이 있으면, 끈질기게 연락을 시도해야지. 전화 한 두 번 안 받았다고, 그래 그냥 그대로 관두고 마니? 그래서 어떻게 장가가려고 그래."

심드렁한 후배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연락을 시도할 만큼 매력적이지도 않았는데요." 내 구박은 점점 더 거세어졌다. "연애 하자는 것도 아니고 결혼에서 얼굴이 뭐가 중요하니? 얼굴 퍼 먹고 살래? 눈 코 입 정상적으로 붙어있으면 되는 거지."

나 역시 바쁜 일상 속에서 정신 놓고 지내다 결혼을 늦게 해서 그런지, 본인의 의사와 달리 결혼이 늦어지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강하게 들곤 한다. 물론 다 인연이 닿아 제 짝을 만나는 것이겠으나, 이 후배는 아직도 명확하게 자신만의 결혼관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결혼관은 이렇다. '결혼도 주식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시장의 흐름에 따르는 '테마주'나 '인기주'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고르는 '가치 투자' 하듯 결혼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자. 물론 남자치고 얼굴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를 싫어할 이는 없다. 하지만 이런 여자는 인기가 많고, 당연히 경쟁도 치열하다. 경쟁이 치열하니 결혼을 위해 치러야 할 노력이나 비용도 만만치 않다.

물론 만족이 크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겠으나, 정작 살아보면 ‘미모’와 ‘원만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은 그다지 큰 관계가 없다. 즉, 행복한 결혼에 크게 보탬이 되지도 않는 미모를 위해, 많은 남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불사해가며 자신의 시간과 힘을 낭비하고 있단 얘기가 된다. 이 무슨 바보 같은 짓인가.

세상에 반은 여자다. 미모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행복한 가정을 함께 꾸릴 좋은 배우자감은 얼마든지 있다. 배려심 많고, 똑똑하고, 지혜로운 여자 말이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이런 여자들이 예쁘지 않다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녀들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그다지 치열하지 않다.

이런 여자는 주식에 비유하자면, 말 그대로 저평가된 ‘가치주’다. 워렌 버핏은 "가격은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얻는 것"이라 했다. 주위에 이런 여자가 눈에 띈다면, 혹은 소개를 통해 만났는데 좋은 모습들이 보인다면, 힘차게 밀어 붙여야 한다. 열심히 구애해서 내 아내로 만들어야 한다.

로또가 별 건가. 좋은 배우자 만나 행복한 가정 꾸리는 게 바로 ‘로또 당첨’ 아닌가. 아! 이 대목에서 “그렇다면 당신은 그런 ’가치투자‘같은 결혼을 했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법 하다. 물론 이 물음엔 절대 답을 해선 안 된다.

결단코 ‘노 코멘트’다. 가치투자 같은 결혼을 했다고 답하면 ‘아내에겐 미모가 없다’라고 인정하게 되는 셈이고, ‘아니다’라고 하면 ‘아내의 인품이 모자라다’라는 얘기가 된다. 두 경우 모두 아내가 본다면 경을 치게 되는데, 그런 바보 같은 말을 왜 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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