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장, '관료 배제' 않겠다지만...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서명훈 기자 | 2008.04.23 17:06
정부 부처 산하단체장과 공기업 사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된 가운데 정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신임 단체장 또는 사장 선임시 관료 출신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 선호 경향이 강해 이같은 정부측 발언은 `립 서비스'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산하단체장이나 공기업 사장에 도전해 볼만한 역량 있는 관료 출신들조차 "사장 공모에 응할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몸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산하 금융기관장 재신임 및 인사와 관련, "관료를 다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존 산하 기관장 가운데 관료 출신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사표를 수리하거나 후임 기관장 인선에 무조건 관료 출신을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전 위원장은 그러나 "금융 공기업에 관료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과도하게 많아 그 폐혜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 역량있는 민간인들이 CEO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민간 우선'의 원칙을 밝힌 것으로 사실상 과거의 폐해를 시정하는 차원에서 관료 출신들에게 '패널티'를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2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공기업 사장 선임에 관료를 배제한다는 원칙이 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괄적으로 관료는 안 된다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관료들에게도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관료 출신들에게 문은 열어놓되 바늘구멍을 통과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경부의 한 고위 관료도 "그냥 원칙론적인 입장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지경부 또 다른 관계자는 "장관께서 그렇게 말은 했지만 큰 물의 흐름이 그러니(관료 배제니) 관료 출신이 공기업에 가기는 아주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 CEO를 지낸 이명박 대통령이 금융위원회와 지경부 등 정부 부처 수장을 민간 출신으로 대거 임명하면서 산하 기관도 민간 출신으로 대폭 물갈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공공연하다.

이 대통령이 '모피아'를 언급하며 관료사회를 질타하자 이같은 전망은 더욱 힘을 얻었다. '모피아'는 기본적으로 옛 재무부 금융 관료들을 지칭하지만 주로 관료 사회의 '제사람 챙기기'를 비판하기 위해 동원된다. 또 정부 부처 관료들이 산하 공기업에 '낙하산'으로 가는 것은 이같은 '제사람 챙기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관료 사회도 이같은 윗선의 분위기에 '알아서 기는' 형편이다. 지난주 마감된 코트라(KOTRA) 사장 공모에는 내부 출신과 민간 금융회사 출신 등 민간 인사들만 응모했다.

역시 지난 주 끝난 주택금융공사 사장 공모에도 관료 출신 지원자는 없었다. 한국은행 출신인 박재환 현 주택금융공사 부사장이 차기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결국 지원서를 내지 않았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4월부터 1년여 동안 우리 회사에서 근무했지만 한국은행 출신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나서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우리 동네 공인중개사들은 벌써 느꼈다…"집값 4%대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