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달러 시대! 유가 '무중력'상태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04.23 04:30

약달러 '직격탄', 테러·파업·OPEC까지… "더 간다" 대세

'유가 120달러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공급부족우려와 달러약세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9달러를 넘어서면서 120달러 돌파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는 전날에 비해 배럴당 1.89달러(1.6%) 오른 119.37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결제되는 WTI 5월물은 장종료 직전 배럴당 119.90달러까지 오르는 초강세를 보였다. 6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1.39달러 오른 118.02달러로 마감했다.

◇ 달러, 사상 최저...유가 고공행진 가속

이날 유가급등의 촉매는 달러약세.

달러/유로 환율은 사상 처음으로 1.60달러를 돌파했다.

크리스티앙 노이에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이사(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지 않을 경우 ECB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리동결은 물론, 금리인상까지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날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총재 역시 ECB연례 보고서 서문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유로존이 당분간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달러화 하락세에 가속이 붙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3월 기존주택매매 실적도 달러 약세의 주된 요인이 됐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3월 기존주택매매는 전월대비 2% 감소한 연율 493만채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503만채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증가로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주택 가격 하락으로 주택압류율이 증가하는 등 경기침체 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갈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 약세의 동력이 됐다.

약달러가 가속화하면서 달러 대체자산인 원유, 금 등 상품시장으로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유가를 비롯한 상품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25개 원자재 상품가격을 지수화한 UBS-블룸버그 CMC인덱스는 올해 들어서만 37% 급등했다.


◇ OPEC 생산동결의지, 나이지리아 사태...공급 우려 가중

지난주 발표된 주간 원유재고는 공급부족 우려를 급속히 확산시키는 시발점이 됐다. 미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11일 현재 주간 원유재고는 150만배럴 증가할 것이라던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뒤엎고 230만배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정보 제공업체 플랫츠 조사에 따르면 23일 발표된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는 20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MF글로벌의 에드워드 마이어 애널리스트는 이정도의 유류 재고 증가는 유가 상승 분위기를 바꾸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동결의지도 때맞춰 유류급등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엘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앞서 20일"시장에 원유 공급이 부족하면 OPEC은 지체 없이 산유량을 늘릴 것" 이라며 "그러나 현재 시장에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요 석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에서 계속되고 있는 송유관 공격사태도 가세했다.
반군단체인 니제르델타해방운동은 로열더치셸의 송유관 2개를 폭파했다고 22일 밝힌 바 있다. 로열 더치 셸 은 송유관 피해로 인해 4월과 5월 판매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2일에는 북해산 브렌트유의 집결지인 스코틀랜드 그랜지머스 정유시설 노조의 파업이 임박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 '무중력상태'...120달러 돌파 후에도 더 간다

애널리스트들은 원유시장이 하락재료가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중력상태'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가가 급등세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로 조정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수요감소 추세가 나타나긴 하겠지만,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한 뒤에도 기술적으로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MF글로벌의 에드워드 마이어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유가 상승 재료에만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TFS에너지의 시장조사담당 이사 애디슨 암스트롱은 "유로화 강세로 인해 앞으로도 상품, 특히 원유에 대한 강한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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