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은행업 포기"… 비은행 금융지주사로?

김성희 기자, 김익태 기자 | 2008.04.22 18:55
삼성그룹이 은행업 진출을 포기했다. 그간 은행업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밝혀왔지만, 공식화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곱지 않은 의혹을 받았던 새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방침에 따른 특혜시비를 일거에 잠재운 셈이다.

실리적인 선택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본시장통합법과 보험업법으로 증권사와 보험사가 결제 기능 등 주요 업무를 담당할 수 있어 '은행' 포기가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것. 은행을 계열사로 두면 감독이 강화되는 만큼 득실을 따지면 잃는게 많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금산분리 특혜시비에 '쐐기'= 정부는 우리금융 등 정부 소유 은행의 민영화 과정에 국내 산업자본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 필요가 있다며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효율적인 자원배분 차원에서도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우려되는 부작용은 감독기능을 보완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등은 금산분리 완화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면 사금고화 될 우려가 있고 경제력 집중의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이라고 했지만 사실 '삼성'을 지칭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삼성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우려의 시선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삼성이 유독 다른 기업보다 금산분리에 강한 집착을 보인 것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날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은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며 은행업 진출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었다. 그간 제기됐던 의구심들에 말끔히 해소한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은 다른 권역보다 감독이 엄격하고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삼성이 이런 수준의 규제를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자통법 시행으로 증권사가 결제 업무를 할 수 있고, 보험사도 이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굳이 규제가 강한 은행을 소유하지 않아도 일정 부분 은행업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나= 삼성그룹이 은행에 진출하지 않고 비은행에 주력할 방침임을 밝힘에 따라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 측은 대신 삼성생명을 필두로 화재, 증권, 카드, 투신운용 등 비은행 금융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금산분리가 완화되더라도 은행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정부가 금산분리를 추진하는데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측은 "지주회사 문제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면서도 "순환출자 문제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5년내 매각하는 등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매각할 경우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깨지게 된다.

금융당국은 보험회사나 증권회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비금융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삼성생명 상장과 순환출자 구조 해소가 선결돼야 하는 문제가 남지만, 순환출자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 걸림돌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카드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증권 11%, 삼성화재 10%, 삼성투신 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빠른 시일내에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외에 금융지주회사로 가기 위한 비용도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전자와 금융이 분리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둘 중 하나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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