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떠들다 단가만 올려"

머니투데이 백경훈 기자 | 2008.04.22 18:19

자원외교 관련 대사들 "자원외교 성사위한 환경 조성이 중요"

"엄밀하게 추진해 최대한의 실익을 거둬야하는데 청와대와 총리실,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등 여기저기서 (자원외교를 강조하며) 떠들다보니 오히려 단가를 올려주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하찬호 이라크 대사는 22일 자원외교를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자원·에너지 외교에 대해 이같이 쓴소리를 했다. 하 대사는 대통령직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투자유치 태스크포스(TF)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하 대사의 이같은 지적은 모든 관련 부처에서 너나없이 자원외교를 강조하다보니 자원수출의 대가에 대한 상대국의 기대치만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 대사는 "조용히 실익 위주로 접근해야 하는데 너무 행사 위주로 이뤄지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다"며 보다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메이저 기업들이 앞선 기술과 자금력으로 유전을 확보하고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한국이 에너지 세계 7위 수입국인데 (이라크에서는) 한국은 에너지 정책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자리를 함께 한 김일수 카자흐스탄 대사도 "자원외교를 하자고 말하는 것보다는 자원외교가 성사될 수 있도록 실제로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상대국에 자원외교에 관심이 있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썩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사들은 하지만 기술력과 경험이 부족한 한국이 해외에서 자원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특히 최고위층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목 이란 대사는 "대부분 나라가 석유 등 귀중한 자원은 국가가 직접 경영한다"며 "협상력 차원에서도 정부 대 정부가 (협상을) 해주는 것이 협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창엽 터키 대사도 "자원을 어느 나라에 줄지 결정할 때 경제적 측면 외에도 전략적 고려를 많이 하게 된다"며 "그럴 때 우리 고위층에서 설득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하 대사도 이 같은 전략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완벽한 전략이 있어야지 그냥 대표단을 끌고 가서 ‘자원 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며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수 대사는 "자원부국일수록 다른 분야를 발전시키려는 욕구가 강하다"며 우리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제조업과 IT 등 경쟁력있는 분야를 에너지·자원 외교에 접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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