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7선언 vs 4.22선언' 닮은 점-다른점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 2008.04.22 12:37

2006년 27층 회의장에서 2008년엔 지하 국제회의실에서

삼성의 최고 경영진들이 접이식 간이의자에 앉아 있다. 이건희 회장이 들어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팔걸이 없는 딱딱한 의자에 앉는 것은 참 오랫만이다.

2년전에 경영 쇄신안을 발표할 때는 회의실의 푹신한 팔걸이 의자에서 대기했다. 올해 발표하는 쇄신안은 의자부터 느낌이 다르다.

11시가 조금 넘어 이건희 회장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로 입을 연 이 회장은 '삼성의 모든 직에서 퇴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경영진들의 얼굴은 일순 흑빛이 됐다.

삼성은 2년만에 경영쇄신안을 다시 내놓았다. 2년전인 2006년 2월 7일엔 8000억원의 사회공헌 기금 출연을 골자로 한 이른바 2.7선언이란 혁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2년이 지난 2008년 4월 22일엔 이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을 포함한 강도높은 쇄신안을 발표했다. 2.7선언과 4.22 선언은 발표 내용의 강도부터 발표형식까지 묘하게 닮은 점과 다른점을 보이고 있다.

◇2.7선언 vs 4.22 선언 닮은 점, 다른 점=2006년 2월 7일 삼성이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은 삼성본관 27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당시 기자회견은 이학수 실장이 주관했으며 각사 경영진들이 함께 배석했다. 이 실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함께 머리를 숙이며 사죄 인사를 했다. 2.7선언은 십수명의 내신 기자들만 불러 조용히 진행됐다.

4월 22일 쇄신안은 삼성본관 지하1층 국제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200여명이 자리할 수 있는 회의실엔 내신기자와 외신기자들을 비롯해 방송 카메라까지 가득 들어찼다.

쇄신안 발표자가 이학수 실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격상된 것이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발표 내용의 강도가 그만큼 높아졌다.

2.7선언은 8000억원 상당의 사회기금 헌납과 각종 소송 취하, 구조조정본부의 기능 조정과 각사 독립경영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4.22선언은 이건희 회장의 퇴진으로 시작됐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도 물러났으며 이학수 실장과 김인주 사장도 사임키로 했다. 전략기획실은 해체하고 이재용 전무도 CCO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 전무는 여건이 열악한 해외사업장에서 경영 수업을 받기로 했다.

차명계좌는 모두 실명전환하고 누락된 세금도 모두 납부키로 했다. 금융사들의 경영 투명성도 높이고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도 사임키로 했다.

◇비슷한 조사, 강도높은 대처=2.7선언과 4.22 선언은 모두 비자금과 정치자금 문제에서 비롯됐다. 2005년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정황이 담겨있는 안기부 녹취록이 공개된 뒤 삼성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삼성 비자금에 대해 유죄를 묻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이 되겠다'며 쇄신안을 내놓았다.

4.22선언은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검 조사 뒤에 나왔다. 특검에서도 비자금 의혹은 증거가 없다고 했다. 에버랜드 CB 저가발행이나 삼성생명 주식 차명계좌 관리 등에 대해 불구속 기소가 이뤄졌다.

그러나 쇄신안의 강도는 훨씬 높다. 그룹 해체에 비견될 만한 수준이다. 비슷한 수준의 조사에 훨씬 강도 높은 대처방안을 내놓았다.

조만간 진행될 경영권 승계구도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은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실장이 책임지고, 이재용 전무 및 각사의 경영진들의 부담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조치다.

이 전무에게 해외 사업장에서 경영 수업을 받도록 한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무는 당분간 삼성전자 해외 사업장에서 근무하며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시간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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