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가 HP를 찾아간 이유는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4.22 10:00
대규모 인원 정리에 이어 회사를 쪼개야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는 씨티그룹이 위기 탈출을 모색하기 위해 휴렛 팩커드(HP)를 찾아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HP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2005년초 HP는 수익 악화 때문에 PC 사업부를 프린터 사업부에서 분할하라는 거센 압력을 받았지만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다. 이후 다른 구조조정과 혁신 등을 통해 HP는 지금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PC 사업도 정상화됐다.

FT는 씨티가 HP를 찾아간 것에 대해 회사의 사업 모델을 개선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며 더불어 분할이 아니라 현재의 모델이 강력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비크람 판디트 최고경영자(CEO)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내부관계자들에 따르면 씨티와 HP의 최고 경영진들은 최근 만남을 갖고 지난 3년간 HP가 어떻게 회사 분할 위기를 수습했는지 논의했다.

씨티는 지금 상업 및 소매 은행 부문과 IB 부문을 분리하라는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 더불어 지난 1년간 54%나 하락한 주가, 연이어 기록한 분기 손실 등 해결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판디트는 특히 은행의 IT 운영 관련 비용이나 관료화된 조직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의 지금은 HP의 3년전 모습과 많이 닮았다. 당시 2005년2월 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물러나자 주주들과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기업 분할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이익이 저조한 PC 사업을 떼내야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그러나 후임자인 마크 허드는 재빨리 분사는 없다고 못박았다. 대신 PC 사업부를 더 잘 활용하는데 주목했다. 이 결과 HP의 PC 사업은 경쟁자인 델과 맞먹을 정도가 됐다. HP 주가는 지난 1년새 18%나 뛰었다.

씨티의 찰스 프린스 CEO가 신용경색 여파로 떠나고 그 자리를 물러받은 판디트의 처지와 너무 유사하다. 판디트는 일단 사업 분리가 없다고 밝힌 상태다. 그 앞에는 일단 IB 부문의 수익을 정상화시켜야하는 일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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