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략기획실, 50년만에 역사 속으로…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8.04.22 12:41

"삼성 급성장의 비결" vs "계열사 통제하는 불확실한 조직" 논란

'삼성이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2006년 7월 일본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각 계열사를 직접 통제하는 법적 근거가 불확실한 조직'(2008년 4월 삼성 특검 수사결과).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은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를 받아 왔다.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로 59개 계열사를 이끄는 중추 조직이지만 총수 1인 중심의 경영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조직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삼성과 총수 일가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전략기획실은 항상 도마위에 올랐다. 이때문에 삼성그룹이 변화해 오는 과정에서 전략기획실도 항상 옷을 갈아 있었다. 역설적이지만 삼성그룹 변화의 주요 타깃이면서도 그 변화를 추진하는 동력이 또 전략기획실이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59개 계열사에 25만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는 국내 최대 기업집단이다. 그동안 전략기획실은 59개 계열사가 역할 조정을 주 업무로 했다. 또 각 계열사의 경영진단 등 자체적으로 객관화하기 힘든 부분에 있어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전략기획실은 전략지원팀, 인력지원팀, 기획홍보팀 등 3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학수 부회장이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고 김인주 사장이 전략지원팀, 장충기 부사장이 기획홍보팀, 정유성 전무가 인력지원팀을 각각 이끌고 있다. 전략지원팀은 자회사 경영지원 담당과 경영진단 담당으로 나눠져 있으며 기획홍보팀은 그룹의 전략을 수립하는 기획담당과 홍보를 맡는 홍보담당으로 구분된다.

전략기획실은 이병철 선대 회장이 1959년 만든 비서실에서 시작됐다. 비서실은 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에 이어 삼성물산, 제일제당, 제일모직, 안국화재(현 삼성화재)까지 계열사가 속속 늘어나면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그룹 관리를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비서실은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새로운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DJ 정부가 추진하던 대기업 구조개혁 정책에 따라 1998년 4월 해체됐다. 삼성은 대신 `구조조정위원회'와 실무조직으로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를 신설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후 그룹회장 비서실을 폐쇄하라고 지시했다가 카운터 파트가 없어져 불편해지자 다시 구조본이란 이름으로 비서실을 부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도 했다.

당초 한시적 조직으로 만들었지만 구조본은 개별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없는 그룹 전체의 역할 조정, 경영 진단, 그룹 브랜드 관리, 신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강화돼 왔다. 구조본은 정보 입수, 상황 판단, 계획 입안의 기능을 통해 삼성그룹 전반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회장, 관계사들과 함께 삼각구도를 형성했다.

2005년 이른바 'X파일 사건'이 터지자 구조본은 또 한번 궁지에 몰렸다. 삼성은 2ㆍ7 선언을 통해 '8000억원 사회 헌납'을 발표하면서 구조본의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법무팀이 구조본에서 분리되고 주요 기능 중 일부를 각계열사로 분사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곧 바로 같은 해 3월 구조본은 지금의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꾸고 `1실 5팀 체제'에서 `3팀 체제'로 축소됐다.

지난 1959년 비서실로 출발한 그룹 총수의 근위조직이자 그룹 사령탑이던 전략기획실이 50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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