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옵션 손실, 손대면 더 커진다"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04.23 08:10

레버리지 높이는 재구조화 '위험'

이 기사는 04월22일(17: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환위험 헤지를 위해 가입한 통화옵션에서 손실을 본 기업들이 옵션 재구조(Restructuring)에 나설 경우 오히려 손실 규모를 더 키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투기 목적으로 가입한 통화옵션에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레버리지를 높이려고 시도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두산엔진과 디엠에스, 대양금속, IDH 등 기업들이 환헤지 방지용 통화옵션 거래로 적게는 100억원대, 많게는 1000억원대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와 원/엔 환율이 최근 1000원 가까이로 오르면서 환율 하락에 맞춰진 통화옵션의 손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중 일부 기업은 손실 만회를 위해 레버리지를 높이는 방식으로 옵션 재구조화에 나섰다가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디엠에스의 경우 옵션 재구조화를 한 이후 손실 규모가 더 커지게 됐다. 최초 계약 당시 넉인(Knock-in) 레벨(시장 환율이 이를 넘으면 계약금액의 2배의 엔화를 팔아야 함)은 857원이었지만 계약금액을 두배 이상으로 늘려 넉인 레벨을 94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최근 원/엔 시장환율이 재구조화된 넉인 환율 940원을 웃돌면서 손실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계약 기간동안 배가된 손실은 축적된다.

레버리지를 높여 재구조화해 손실을 키우고 있는 기업들은 디엠에스 뿐만이 아닐 거라고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귀띔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외환 전문가들은 통화옵션 재구조화를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국내외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변동성이 커진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손실 확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통화옵션으로 2000억원대의 손실을 보고 있는 두산엔진에 대해 '매수'의견을 유지하면서 단서를 달았다. "눈에 보이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섣부른 옵션 Restructuring(재구조화)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양희준 미래에셋증권 애너리스트는 "최근에 통화 옵션으로 손실이 났다고 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 손실을 어떻게든 줄이려고 재구조화를 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두산엔진과 디엠에스의 경우와 같이 들어올 외화(달러 내지 엔화)가 있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향후 들어올 외화가 없는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3배 혹은 5배까지 투기적으로 키운 기업들에게 환율 급등은 그야말로 재앙에 가깝다. 통화옵션 자체로 손실을 볼 뿐 아니라 계약 이행시 보유하고 있지 않는 외화를 높아진 환율에 어디서라도 사야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환율 방향 등 과거 판단 착오로 인한 통화옵션을 현재 손실을 감당하는 수준에서 처리하는 게 가장 현명하고 마음 편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들어올 달러 자산이 없는데도 재구조화를 통해 옵션 포지션만 늘리는 게 그 중 가장 위험한 선택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통화옵션 재구조화는 계약금액을 늘리면서 행사가격(계약 이행시 파는 환율)과 레인지(넉인·넉아웃 환율 간격)를 넓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920원 넉아웃 레벨과 970원 넉인 레벨, 행사가격 945원 정도로 만들어진 원/달러 KIKO옵션의 경우 최근 환율이 990원대로 올라서면서 매달 넉인이 돼 손실이 나고 있다.

그러나 계약금액을 두배로 늘리면 넉아웃과 넉인 레벨 사이가 더 확대돼 넉아웃 레벨이 900원,넉인 레벨이 1000원인 옵션(가정)으로 바꿀 수 있다. 행사가격도 960원 가까운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재구조화를 하게 되면 남은 계약 기간동안 환율이 1000원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 이상 추가 손실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매달 한번이라도 환율이 1000원을 터치하면 재구조화 이전 손실의 두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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