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도축세 폐지… 농가는 냉랭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4.21 16:27

축산업계 24일 대규모 항의 집회

↑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에 항의하며 단식 중인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가부좌를 튼 채 이틀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1일 당정협의를 거쳐 내놓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른 후속대책은 △도축세 폐지 △쇠고기원산지 허위표시 행위 엄단 △한우 품질 향상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의 조기 통과를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축산농가에 대한 특단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점을 들어 법 개정 작업이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축산업계는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며 대규모 항의집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

◇60년만에 도축세 폐지=소 판매가격의 1%가 부과되는 도축세는 1949년 지방세법 도입과 함께 60여년간 존치돼왔다.

정부는 도축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에만 있는 후진적인 세제라는 점을 들어 수차례 폐지를 시도했으나 연간 470억원에 달하는 세수 감소를 우려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히 실패했다.

당정은 그러나 축산농가를 달래기 위해서는 도축세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4월 임시국회에서 폐지를 공식화하기로 했다. 도축세 폐지법안은 이강두 의원(한나라당) 발의로 국회에 제출돼 있어 여야간 합의만 이뤄지면 폐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자체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세수감소분 70%는 교부금으로 메워주고 30%는 농식품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대책도 내놓았다. 정부는 도축세 폐지를 계기로 '도축장 구조조정법'을 별도 제정해 경쟁력이 없는 영세 도축장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도 병행할 방침이다.

김한철 경북 안동시 농축산유통과장은 "정부가 세부 감소분을 보전해 준다면 지자체가 도축세 폐지에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우 둔갑행위 강력처벌=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범람할 경우 우려되는 한우 둔갑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원산지 허위 표시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키로 했다.


방안으로는 현재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만 주어진 단속권을 농식품부 산하 기관인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에도 부여키로 했다.

농식품부는 현재 국회 처리를 추진 중인 '농산물품질관리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음식점에 대한 원산지 허위 표시 단속을 농식품부에서도 할 수 있게 된다.

농식품부는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킨 사실이 적발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형' 등 중형에 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식품위생법 상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산지 허위표시가 적발되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왔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처벌을 무겁게 해 위법 행위를 근절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축산업계 "생색내기"=정부의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축산업계는 정부의 지원대책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남호경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도축세 폐지는 진작에 했어야 할 것을 뒤늦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원대책의 재탕에 불과한 대책으로는 축산농가의 막대한 피해를 보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후부터 산지 한우값의 하락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이날 충남 홍성의 600㎏ 암소가격은 449만7000원으로 지난 16일 461만3400원에 비해 11만6400원이 내려갔다. 숫소도 11만7000원이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어린 송아지의 경우는 전국적으로 거래가 아예 끊겼다.

이에 따라 전국한우협회는 오는 24일 오후 2시부터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1만여명의 회원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 빗장을 열어준 정부를 성토할 예정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