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쇄신안, 풀어야 할 3가지 고민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4.21 17:09

李회장 거취·전략기획실 존폐·지주회사 전환

삼성그룹이 경영쇄신안의 수위을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기대치가 높다고 판단, 어느 수준의 쇄신안을 내놓아야 충족시킬 수 있을 지 부심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21일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나오면서 경영 쇄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이제 왠만한 쇄신안으로는 이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미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 여부와 전략기획실의 축소, 경영진의 쇄신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어떤 쇄신안을 내놓더라도 '놀라만한 것'은 아닌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실질적으로 이번 사태를 원만히 마무리하면서도 삼성의 경쟁력을 잃지 않는 수준의 쇄신안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강점인 강력한 리더십과 전략기획실의 조율자 역할, 각 계열사의 자율 경영이라는 '3두 경영체제'가 훼손될 경우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것이 삼성 내부 분위기다.

◇이 회장 거취 고민=삼성 그룹은 공식적으로 지난 11일 이 회장이 특검 조사 후 밝힌 '나를 포함한 경영체제 및 경영진 쇄신' 발언에서 이 회장은 퇴진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 회장이 법적이든 도의적이든 모든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현재의 논란이 잠재워질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삼성이 이같은 선택을 한다는 것은 '경영의 뿌리'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삼성 그룹은 연간 20조원을 투자하는 대그룹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연간 10조원 내외의 투자를 단독으로 하는 최대 계열사다. 이같은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리턴'으로 투자 실패의 경우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을 만큼 중압감이 있는 경영판단이 필요하다. 일본이 D램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던 이유도 전문경영인들이 '하이 리스크'를 부담스러워하면서 투자시기를 놓친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LCD 부문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도 이 회장이나 구본무 LG 그룹 회장과 같이 그룹 총수가 과감한 투자결정을 함으로써 시장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일본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한국에 뒤진 가장 큰 이유로 든 것이 그룹 오너들의 의사결정 구조라고 짚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의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세계 시장의 주요적 IT 기업도 사실상 오너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이같은 사업구조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삼성이 쇄신안에서 이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전략기획실 존폐여부의 고민=삼성 그룹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59개 계열사에 25만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는 국내 최대 기업집단이다. 그동안 전략기획실은 59개 계열사가 역할 조정을 주 업무로 했다. 또한 각 계열사의 경영진단 등 자체적으로 객관화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삼성의 전략기획실이 국내 주요 그룹의 경영 모델이 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더라도 전략기획실이 폐지될 경우 59개 계열사 각 CEO들과 이 회장이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고 업무를 지시하고, 조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삼성의 규모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1997년 구조조정본부로 출발한 전략기획실은 IMF 당시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삼성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의 문제를 빼면 전략기획실의 순기능이 더 많다는 데 큰 이론이 없다는 게 삼성 내부의 분위기다.

전략기획실의 기능이 필요한 상황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그대로 존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현재 거론되는 변화의 형태가 소그룹화다. 59개 계열사를 전자그룹과 금융그룹, 서비스그룹, 기타 그룹 등으로 나눠 각 소그룹별 총괄CEO(부회장급)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회장이 각 소그룹 총괄 CEO들과 삼성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을 논의하는 방안이다. 소그룹 경영체제로 갈 경우 이 회장을 보좌하는 '비서실' 조직이 현재의 전략기획실에 비해 대폭 축소된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도 높다.

◇지주회사 전환의 고민=삼성 그룹의 경영체제 쇄신방안 가운데 자주 거론되는 것이 지주회사로의 전환이지만 삼성은 선뜻 '지주회사'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 그룹의 입장에서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는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기를 바라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다.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계열사간 상호출자나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데 여기에 수반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 그룹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현금이 필요하다. 현재 이 회장 재산의 대부분이 계열사의 주식형태로 돼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현금을 동원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경영권에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선택한다는 것이 삼성 입장에서는 고민인 셈이다.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은 이 회장이 3세대인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이양하는 시점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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