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삼일, 대우조선 매각자문 불참 이유는

더벨 박준식 기자 | 2008.04.21 16:13

[대우조선 M&A]⑪법무·회계부문 1위 경쟁력 자신감, 수익성 큰 '매수자문' 준비

이 기사는 04월21일(16:0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자문사로 법무부문에서 광장이, 회계부문에서 한영회계법인이 선정되자 업계 전문가들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둘다 각 분야에서 5위 안에 드는 전문그룹이지만 각 영역에서 절대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앤장과 삼일회계법인이 이름을 올리지 않은 까닭이다.

김앤장과 삼일회계법인은 이번 자문사 선정과 관련, 산업은행에 입찰제안서조차 내지 않았다.

전략을 총괄하는 재무자문 분야에서 골드만삭스가 업계의 마지노선인 300만 달러 이하의 수수료를 제안하며 덤핑공세(?)로까지 치달은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김앤장과 삼일회계법인은 매수 부문의 자문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들은 업계 1위라는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어떤 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있는 지를 평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자문 업무를 맡는 전문가 집단은 매각 쪽을 선호한다. 일감을 따낼 경우 유찰이 되지 않는 한 수수료가 안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 매수 쪽의 경우 수개월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을 일했더라도 의뢰 기업이 우선협상자가 되지 못하면 수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같은 룰은 국내 법무와 회계 자문 분야에서 만큼은 예외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법무자문의 경우 올 1분기 김앤장이 8건을 맡은 것을 비롯해 4대 로펌이 총 24건의 M&A 딜을 수임해 1건씩에 머문 5~10위 기업들을 압도했다. 특히 김앤장은 건수보다도 수임 케이스의 수수료 측면에서 다른 로펌들과 차이를 보였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수료가 높고 실적에 도움이 되는 사례를 골라서 수임했다는 의미다. 상위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법무분야의 구도는 회계쪽으로도 번졌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중 1~3위는 삼일, 삼정, 안진 순이다. 각각 프라이스워터쿠퍼하우스, KPMG, 딜로이트 등 외국계와 손잡고 대형화를 이룬 이들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태.

삼정은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법인이라 입찰에 응하지 않았고 삼일과 안진은 인수자문을 노리고 참여를 하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삼일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법정관리 딜을 독식하면서 아성을 쌓아왔다. 삼일은 지난 1분기 대한통운 딜을 메릴린치, 태평양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따낸 이후 남은 한해동안은 외형적 실적보다는 수수료를 높여 수익을 올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대한통운이 사이즈(약 4조원)에 비해 수수료(28억원)가 낮아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 그마저도 3사가 나눠가졌다.

삼일은 대우조선 매각 자문을 따내지 않더라도 포스코와 GS그룹, 한화그룹 등 쟁쟁한 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예정이기 때문에 회계 자문 업계 1위인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이들을 골라잡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올해 이미 메가딜을 치뤄 실적(트렉레코드)이 훌륭하기 때문에 굳이 수수료 경쟁이 치열한 퍼블릭 딜의 매각 자문을 시도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회계법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뒤쳐진 한영회계법인만 100% 당첨확률로 자문 제안서를 내게 된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재무 자문 분야는 기존 외국계 경쟁구도에 IB육성을 시작한 국내사가 끼어들어 수수료 경쟁이 치열하지만 법무와 회계는 사정이 다르다"며 "외환위기 이후 진입장벽이 공고한 상태에서 대형화를 이룬 업체들이 과점시장을 만들고 무혈수익을 올리는 현상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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