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통령의 웃음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8.04.21 13:14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미 일 양국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순방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지난 5년간 다소 소원했던 한미관계 회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기자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반미하면 어때”라는 발언에 가슴 졸이던 그들이었다. 이 대통령의 방미를 놓고선 '참을 수없는 가벼움'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고 보면 대통령의 대미외교만큼 민감한 일도 드물 듯하다. 조금 섣부르다 치면 아마추어 외교, 심지어 '등신외교'라는 막말을 듣고, 공조에만 무게를 두면 '굴종외교'라는 비아냥이 쏟아지니 균형잡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댓글은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외교적 성과와 관련된 댓글은 거의 전무한데 비해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대통령의 웃음이 넘쳐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유독 영어를 쓰는 외국인앞에 서면 언어의 빈곤을 웃음으로 얼추 때우는 우리의 습성이긴 하지만 우리의 수장이 보인 모습은 '이건 아니잖아'이다.


외교에서 '어떻게 보이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환담시 처음 인삿말을 빼고 영어로 대화를 한 것도 격식과 관례때문이다.

국민들이 미국에 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오륀지' 라고 발음할 수 있는 정확한 언어 구사력은 아닐 것이다. 상대 정상과의 친밀감도 중요하지만 우리 지도자가 좀 더 당당하고, 품위 있고, 세련되게 행동하길 원하는 것 같다. 국내에선 비판의 대상(?)이지만 해외에 나가면 우리를 대표하는 얼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악수할 땐 당당하게, 웃을 땐 여유 있게, 비즈니스를 하며 터득한 실용영어보단 품격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그런 모습을 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서 동시에 고도의 외교력을 발휘해 국익을 지켜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이래저래 대통령은 피곤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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