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쇠고기협상, 내준 것과 얻을 것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4.21 07:50
 지난 18일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양국이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여왔던 쇠고기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협상 타결 소식이 알려지자 축산농가를 비롯한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국민의 먹거리 안정성을 해친 국치일' '역사상 없는 굴욕 협상' '퍼주기 협상' '사전 각본에 의한 협상' 등 격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협상"이었음을 강조했다. 또 광우병 등 안전성 문제는 철저히 검증하면 된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어떤 협상이든 대전제는 '주고 받기'다. 일방이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 무엇인가를 양보하고 대신 다른 것을 취하는 식이다. 정 의견이 상충하면 협상은 결렬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이번 쇠고기 협상도 우리측은 과연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었는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가 내준 것은 물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사실상 전면 시장개방이다. 부대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미국측이 요구했던 사안을 대폭 수용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해 당장 우리쪽이 손에 쥔 것은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미국측 약속 뿐이다.

미국측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비준안 처리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측은 당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국내 축산농가가 타격을 입고 국민 건강이 어느 정도 위험에 노출되게 됐는데 손해를 본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결국 '미래'를 위해 '현재'를 양보한 것이 이번 협상의 핵심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세계 최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과감하게 미래에 베팅한 셈. 하지만 쇠고기시장과 맞바꾼 한미FTA가 미국 의회의 문턱을 못 넘을 경우 이번 쇠고기협상은 두고두고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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