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아래 눈길 닿는 곳은 모두 모래뿐이다. 이곳은 이틀이 멀다 하고 돌풍이 퍼올린 누런 모래먼지에 땅도, 하늘도 파묻힌다.
나무는 뵈지 않는다. 무릎 높이의 풀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을 뿐이다. 운 좋게 뿌리를 내렸을 법한 갈대도 손을 대니 바스락 부서져내린다.
200여년 전 사슴이 가득 뛰어놀았다는 이 곳은 중국 내몽골자치구 북쪽 '쿠부치(庫布齊)' 사막이다.
'쿠부치'란 몽골어로 활시위를 뜻한다. 중국 길이 400km, 폭 30km의 모래 언덕이 활시위처럼 구부러져 있다.
이 곳의 모래는 마치 활시위를 떠난 화살들처럼 편서풍을 타고 베이징, 톈진 등 중국의 주요 도시와 한국의 하늘을 뒤덮는다.
중국에서 쿠부치처럼 황막화(黃漠化)된 지역은 해마다 서울의 5배(3430㎢)만큼 넓어지고 있다. 현재 267만2000㎢. 중국의 27.8%, 한반도의 12.1배에 이르는 땅이 풀 몇 포기가 자라기도 어려운 사막이나 황무지다.
'외국인 20여명이 와서 나무 몇백 그루를 심는다고 이 거대한 자연의 힘을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쿠부치 언저리의 작은 마을, '언거베이(恩格貝)'에서 인간의 작은 손은 사막의 거대한 힘을 밀어내고 있었다. 18년 전 한 일본인의 손에서 시작된 기적은 지금도 이어진다.
◇운 좋은 땅 '언거베이', 사막을 몰아내다= 네이멍구 제2의 도시인 바오터우(包頭)에서 자동차로 2시간. 끝 없을 듯한 사막을 달려오던 일행 앞에 갑자기 믿기지 않을 만치 푸른 숲이 나타났다.
포플러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이곳은 '언거베이' 마을. 20여년 전만 해도 중국 사막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던 곳이다.
이제 언거베이는 '중국 최대의 인공 오아시스', '사막과 전쟁에서 승리한 곳'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1000여명의 주민들은 '중국 최대의 인공 오아시스'를 넓혀 가고 있다.
언거베이 주민들이 사막과 싸울 힘을 준 건 일본에서 건너온 한 원예학자였다. 도오야마 마사히데(遠山正瑛) 돗토리대학 교수는 1989년 83세 고령으로 언거베이 등 중국의 사막을 방문, 연구하기 시작했다.
1990년 일본에 돌아가 '일본사막녹화실천협회'를 결성한 이래, 그는 '나무심기 관광'을 사업화했다. 1995년엔 쿠부치에 은사시나무 100만 그루를 심었다. 2003년까지 그와 일본인, 중국인들이 심은 나무는 340만 그루에 이른다.
인간이 심은 나무들에 밀려, 사막은 이전보다 10km 가량 뒷걸음질쳤다. 심지어 황사도 밀려났다. 인간의 힘이 사막화와 황사를 물리치고 있는 것이다.
최효 강릉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예전엔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일어난 모래가 우리나라에까지 날아왔지만 지금은 거의 안 온다"며 "황사 발원지에 심은 나무가 모래의 이동을 저지하고 사막의 확대를 막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중국관광공사 언거베이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치뤼(30)씨는 모래로만 뒤덮힌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곳도 불과 20년 전에는 저곳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포플러 나무는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요. 그래봐야 제대로 뿌리를 내리는 경우는 20%도 안됩니다. 심어도 바람에 뿌리가 뽑히거나 물이 없어 말라죽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렇지만 계속 나무를 심어왔어요. 그런 식으로 우리는 이만큼 사막을 밀어낸 겁니다."
예전에는 100명도 못 미쳤던 주민수는 사막이 물러나면서 1000여 명으로 늘었다. 모래 바람을 피해 떠났던 사람들은 푸른 숲을 찾아 다시 모여들었다.
◇KTF 사막원정대의 '희망의 삽질'=사막을 밀어낸 현지 주민과 일본인들의 행렬에 한국인들도 동참했다.
넓게 펼쳐진 곳(중간), 풀 한포기
자라기 힘든 사막지대(아래)까지
확연한 식생대 구분이 인상적이다.
이 모든 지역이 차로 10분
내외 거리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