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중국주 vs 미국주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4.18 16:54

외국인 누적 순매도 사상최대가 주는 의미

중국 상하이지수 3000선조차 위협받을 정도로 중국 증시가 망가지고 있다. 선전지수도 드디어 연저점을 경신했다.
이렇게 중국 증시가 죽을 쑤는 판이니 중국 펀드 수익률은 물론 작년에 초호황을 누렸던 중국 관련주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소재주인 포스코는 작년 고점대비 40% 넘게 추락했고 현대중공업도 37% 떨어진 상태다. 한진해운도 44% 폭락하는 등 철강·조선·해운 등 중국 관련주는 이미 작년에 역사상 나올 수 있는 시세를 다 뽑고 사라지는 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하이지수 3500선이 무너질 때부터 바닥에 도달했다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점(6124)에서 반토막이 나자 떨어질만큼 떨어졌다는 주장에 이어 밸류에이션이 더 없이 싸다는 등 저점 찾기가 혈안이다.
그러나 주가가 50% 폭락함에 따라 주가수익배율(PER)이 자동적으로 절반이 된 것을 갖고 저평가를 주장하는 것은 수치 논리에만 의존하는 기계적인 대응이다.

거품이 터질 때는 버블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형성한 고점 대비 90%도 증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일이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의 금융 관련주 낙폭을 보면 50%는 양반이다. 씨티은행은 68%,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은 80%, 채권보증업체인 MBIA는 90%나 떨어졌다.

주가가 작정하고 오를 때는 어떠한 악재도 거품 형성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처럼 주식을 포기하는 단계에 이르면 어떠한 호재도 무용지물이 된다.
주가 수준이 단순히 절반이라는 점을 빼면 불행하게도 현재 중국에는 호재가 없다. 문제는 반토막 난 주가가 또 반토막이 날 것이라면 50% 떨어진 시점조차도 더 늦기 전에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때라는 걸 뒤늦게야 깨닫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너지는 '중국주'만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릴 이유는 없다. 이미 끝난 업종이나 종목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새롭게 시세가 나오는 곳으로 시각을 돌려야만 재기의 기회가 있다.

원/달러환율이 1000원선을 회복한 영향 등으로 환율 수혜주인 전기전자와 자동차가 선전하는 데 관심을 두는 변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현대차는 여전히 상승 무드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5% 넘게 급등하며 또 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시총 6위로 올라섰다.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말처럼 전기전자와 자동차는 대표적인 '미국주'이며 올해는 분위기상 미국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부분의 애널리스트가 동의하는 바다.
실적도 호전되는 마당에 한번 시세가 형성된 종목이 1분기 정도의 상승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기에 가는 종목에 올라 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주식순매도 행진은 눈에 가시가 아닐 수 없다. 전날 6일만에 주식 순매수로 돌아섰던 외국인이 이날 2871억원을 순매도하며 전날 순매수분(1577억원)을 단번에 털어냈다.
이날 순매도를 포함 올들어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14조1580억원에 이르면서 사상최대 누적 순매도 기록을 이틀만에 갈아치웠다.

6월물 거래만 한정할 경우 1만계약에 달하는 지수선물 누적 순매수 포지션까지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털어낸다면 증시 전망은 밝을 수가 없다.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120일 경기선을 앞두고 상승 기세를 잃어버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시장 전체적으로 외국인이 주식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펀드 환매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중국 증시 수급이 더욱 악화되더라도 외국인이 매수 대응하는 쪽은 여전히 살아날 것이라는 점이다.

시가총액 비중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이 앞으로도 계속 중국주를 팔면 아마도 바닥을 따지는 게 무모하리만큼 중국 관련주는 사경을 헤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이 순매도하는 가운데에서도 특정 종목에 대한 순매수를 보인다면 종목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국내세력도 동참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외국인이 미국주까지 팔게 되면 더 이상 증시를 논하는 게 무의미한 일이겠지만 아직은 중국주를 팔고 미국주를 사는 쪽이기 때문에 향후 증시 전망이 나쁘지 않게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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