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게 없다"··미끄러지는 경기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4.18 16:27

[이제는 경제다]

 "믿을 게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성장, 물가, 경상수지 어느 것 하나 괜찮은 게 없다. 예전에는 내수와 수출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부가 감세, 규제완화 등 MB노믹스에 기반한 총공급확대 정책 뿐 아니라 금리인하, 재정투입 등 단기적인 총수요관리 정책까지 총동원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내수가 꺾이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가진 고위당정협의에서 "올해 성장률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되고 내수 부진, 고용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며 "경제 지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최중경 재정부 차관도 지난 16일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모든 경제지표가 만장일치로 아래 쪽을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다"고 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최근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심리, 고용, 경상수지 모두 '빨간불'=지난 2월 경기선행지수와 경기동행지수는 14개월만에 처음으로 동반 하락했다. 경기선행지수는 3개월째 내리막이었다. 역시 투자 부문이 문제였다.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2%, 건설수주액도 6% 줄었다.

 소비심리마저 얼어붙기 시작했다. 3월 소비자기대지수는 99.7로 1년 만에 처음 기준치(100) 아래로 떨어졌다. 기대지수가 100을 밑도는 것은 6개월 뒤 경기와 생활형편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경기가 이러니 고용사정이 좋을리 없다. 3월 신규 취업자 수는 18만4000명에 그쳤다. 37개월 만에 가장 부진했다. 올해 정부의 목표가 평균 35만명인데 반토막에 그쳤다.

물가마저 말썽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에 달했다.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 상한선(3.5%)을 넘어선지도 벌써 4개월째다. 생산자물가를 보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3월 생산자물가는 8% 급등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11%)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외부 여건도 악화..기댈 곳 없어=나라 바깥 사정도 기댈 곳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해 "사실상 정지상태"가 될 것이라며 성장률을 0.5%로 예상했다. IMF는 동시에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1%에서 3.7%로 내려잡았다. 일각에서는 올해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제 곡물시장은 사실상 전쟁 상태다. 지난해 2배 가까이 뛴 쌀과 밀의 국제 가격은 최근 상승속도가 더 빨라졌다. 국제 옥수수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유엔 식량자업기구(UNFAO)는 멕시코, 예멘 33개국에서 곡물가 급등으로 인한 폭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가 어려우니 향후 수출경기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이미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적자폭만 23억달러가 넘는다.

 정부는 경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총수요관리 정책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한은도 경기가 가파르게 하강할 수 있다는데 공감, 이르면 다음달 정책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재정투입 정책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일반회계에서 쓰고 남은 15조3000억원 가운데 최대 4조8000억원을 추가경정 예산으로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강 장관은 이날 고위당정협의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 4조9000억원을 추경 편성해 사용하길 희망한다"며 "감세를 통한 방법도 있지만 효과를 나타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기 하강에 대한 걱정이 큰 만큼 단기 처방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기본적인 경제정책 기조는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작은 정부' 실현과 잠재성장률 확충"이라며 "다만 최근 경기가 크게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만큼 금리, 재정 등 총수요관리 정책도 병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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