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끝났어도 머리속은 복잡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4.18 14:48
삼성특검이 지난 17일로 99일간의 긴터널을 지나왔지만 여전히 삼성의 머리 속은 복잡하다.

가까운 장래의 문제부터 먼 미래의 일까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장래에는 내주 발표할 예정인 '경영쇄신안'의 내용과 이를 누가 발표할 것인가에서부터, 미래의 경영승계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길만큼 갈 길도 멀다.

◇쇄신안 누가 언제 발표하나=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특검에 2차 소환 조사를 받은 후 밝힌 '경영체제 및 경영진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힌 후 그 내용과 함께 '누가' 이를 발표할 것인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어느 정도의 중량감을 가진 삼성 내부 인사가 발표하느냐에 따라 삼성이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직접 나서서 대국민사과와 쇄신안을 발표하는 것이 최고의 무게감을 실어주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목이다.

X파일 문제로 지난 2006년 2.7 대국민 사과 당시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머리를 숙였지만 이 부회장이 이번에 불구속 기소된 당사자여서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대안으로 이번 특검에서 한켠 비켜나 있던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대국민 사과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이 전무가 아직 경영전면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삼성 내부의 목소리다. 내주 발표 시기는 삼성전자의 기업설명회가 있는 25일보다 앞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 사장단이 모임을 갖는 수요회의날인 23일에 발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위기다.

◇전략기획실의 역할 변화는=삼성의 경영쇄신은 전략기획실 등 조직 개편과 인사쇄신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의 59개 계열사의 역할 조정을 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이 회장을 보좌해 온 전략기획실의 위상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이 수사결과 발표 당시에도 전략기획실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만큼 삼성이 이를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을 전제로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거나 규모를 줄여 이 회장을 보좌해 59개 계열사 관리 지원을 맡을 '회장 비서실'을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전략기획실이 그동안 해왔던 순기능까지 완전히 줄일 경우 삼성 그룹 경영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지 않을 경우는 사실상 전략기획실의 기능을 축소하기 힘든 상황이다.

◇꺼지지 않은 불씨=17일 조준웅 특검팀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김용철 변호사와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삼성을 고발했던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이번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항고와 재고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18일 밝혔다. 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내주초 이번 수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여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 형사 23부에 배정된 이번 사건은 최종 7개월간 불씨를 이어갈 전망이어서 당장 논란이 끝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삼성은 지배구조 개선과 그동안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제고해야하는 문제 등도 있다. 지난 17일로 삼성 특검은 끝났지만, 삼성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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