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삼성, 이제부터는 '결자해지'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사)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 2008.04.18 09:45
수출주도형 불균형 성장전략으로 대표되는 한국경제의 경제성장 과정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중에서 불균형 성장전략은 잘될 것 같은 업종과 기업 몇 개를 정부가 직접 선택하여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이었다.

이 모형은 상당한 성과를 내면서 대표적인 기업과 산업이 단시간에 성공적으로 육성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소위 재벌체제가 구축되면서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나타나는 계기가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오너경영 계열경영 가족경영으로 대표되는 소위 재벌체제는 의사과정의 신속성과 과감함, 그리고 가업 다각화를 통한 상생의 계기 등을 제공하며 기업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경제력 집중, 정경유착, 의사결정의 독단성 등 여러 가지 부작용도 동시에 나타난 것이 사실이다.

또 재벌체제로 인해 파산한 기업도 있지만 삼성의 경우 외환위기 전보다 외환위기 국면에서 오히려 이러한 체제의 효율성이 십분 발휘되면서 외환위기 이후에 최고의 기업집단으로 부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글로벌한 기업이면서도 가장 한국적 재벌체제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아니러니함이 삼성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김 변호사의 폭로 이후 진행된 삼성의 차명계좌와 비자금 사건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사건은 이제 법정으로 넘어가서 재판 과정을 거치겠지만 이러한 폭로 이후 진행되고 밝혀진 모습을 보면, 이제 과거식의 비자금과 로비 등을 토대로 한 중앙 집중적 경영이 한계에 부닥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노조 없는 경영을 추구하는 삼성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고 이러한 곱지 않는 시선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의 로비가 더욱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창이 날카롭다보니 방패도 자꾸 두꺼워져 온 것이다.


이번 사건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총수와 그 총수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가신그룹으로 대변되는 중앙집중적 선단식 의사결정 모델이 상당 부분 약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계열사들은 그룹본부의 강력한 통제에서 벗어나서 상당한 수준의 독자경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고 또 그렇게 가야 할 것이다.

계열사 하나하나가 이제 상당한 규모와 경영노하우를 보유한 상황이므로 이러한 움직임은 긍정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란 관점에서 “따로 또 같이”를 모토로 내세운 SK그룹의 경영모델은 시사하는 바 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결자해지라는 말이 얘기해주듯 아직은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 총수가 직접 나서서 새로운 경영모형이 잘 정착되도록 지휘를 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도록 여러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잘 마무리되면 삼성은 과거의 어려움을 딛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재판 이후의 그룹의 주요한 의사결정은 철저하게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경영자는 주주들의 질책이나 혁신요구를 잘 수용하여 체제의 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제 3자가 나서서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체제를 흔들려는 시도가 나타나는 것인 바 기업가치 제고 이외의 목적을 가진 제 3자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할 것이다.

비자금 사건의 제 2막은 삼성이 주도하는 내부개혁이 될 것이다. 수많은 눈이 이를 주시하는 상황에서 삼성이 화끈한(?) 내부적 체제정비와 개혁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훌훌 털고 일어나 확실하게 업그레이드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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