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정규 여교수의 자살…눈물겨운 속사정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8.04.17 19:20
40대 시간강사의 자살이 뒤늦게 방송을 타면서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을 낳고 있다.


사건은 지난 2월27일 새벽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한 모텔에서 일어났다. 충주의 한 대학에서 비정규 교수로 있는 한경선(44)씨가 시간강사가 받는 부당한 처우를 고발하며 잠든 딸 옆에서 자살했다.

16살 난 딸에겐 마지막으로 자신이 늦은 나이에 박사학위를 땄던 텍사스대를 구석구석 구경시켜줬다고 한다.

당시 세상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 일을 16일 KBS'추적60분'이 다루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17일엔 주요 포털의 검색어 상위순위에 '한경선'이란 이름이 '어색'하게 오르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 한교수가 일했던 대학 학생들이 모인 카페, 시간강사들이 모이는 게시판 등엔 관련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KBS'추적60분' 방송캡쳐 화면
정혜X씨는 "학력위조교수들도 버젓이 교수행세 하는데 왜 한경선씨 같은 분은 전임으로 교단에 설 수 없는가"라고 공분했다. 남동생이 시간강사라는 김경X씨는 "일본에서 어렵게 박사학위 받아와서 이런 생활고와 고민들에 시달렸을 동생을 생각하니 울고 말았다"고 적었다.

한교수가 강의를 했던 충주의 모 대학 학생들도 충격이 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한경선 교수님...", "너무 놀랐다. 마음이 아프다"와 같은 글들이 많았다.

한 학생은 "늘 우리들에게 친하게 대해주셨던 교수님이었는데…"라고 끝을 흐렸다. "능력 있는 시간강사들이 많은데 학교는 왜 등록금만 올리고 처우개선은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같은 처지인 시간강사들의 분노와 슬픔도 이어졌다.

최승X씨는 "더 한심한 것은 이런 시간강사 자리마저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하소연했다. 15년 차 시간강사라고 자신을 밝힌 노X구씨는 "대학교 2군데 강의하며 1년에 1500만원 정도 번다"며 "박봉이라도 이 일마저 없으면 우리 가족 생계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7년 차 시간강사인 김대X씨는 "담당 교수에게 때마다 유흥접대는 기본이고 명절에는 두 손 무겁게 고급 양주 등 선물들을 사 들고 인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다음 학기 시간 받는 것이 불안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많은 비정규 교수들은 "시간강사 처우개선 문제는 개인적 차원이 아닌 우리 교육환경 자체를 개선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한교수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대에서만 2003년 노문과, 2006년 독문과 시간강사가 자살한 데 이어 올 2월에도 불문과 시간강사가 목숨을 끊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현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간강사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을 위해 225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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